박병제 초대전 '빛의 시공간' 개최
박병제 초대전 '빛의 시공간' 개최
  • 백지영
  • 승인 2024.04.01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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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갤러리워킹 10일까지
펜화 작품 25점 공개

색색의 선을 쌓고 쌓아 만들어 낸 한 장의 풍경.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에 위치한 갤러리워킹은 오는 10일까지 박병제 초대전 ‘Spacetime of Light(빛의 시공간)’을 개최한다.

박병제 작가는 초·중·고등학교를 마산에서 졸업한 출향인으로, 현재 수도권에서 건축사로 근무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부친은 서양화가 박강정 화백으로, 1980년대 마산 성지여고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 교편을 내려놓고 서울을 기반으로 순수 예술의 길을 걸어간 작가다.

박병제 작가는 부친의 미술 세계를 젖줄로 삼아 형상을 표현하고 건축사 특유의 균형미와 색채를 더해 자신만의 감성을 새기고 물들이는 작품 세계를 일궈왔다.

그는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인원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데 이어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 마산을 찾아 초대전에 나선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가늘고 짧은 획들을 그어 표현한 펜화 25점을 선보인다. 잉크를 묻힌 펜으로 균일한 색감을 유지하면서 각 층마다 다른 색을 쌓아 올리며 오묘한 중색(重色)의 효과를 추구한 작품이다.

그가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펜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햇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됐다.

중학생 시절 부친의 만년필 선물을 계기로 펜에 매료된 그는 40년 가까이 홀로 펜화를 그려왔다.

지금은 여러 색의 잉크로 그어 내려간 선을 하나하나 쌓아 색과 형태를 만들어내는 식이라면, 과거에는 단색 펜화를 주로 그렸다. 당시는 컬러 잉크가 없기도 했지만, 펜화라고 하면 검정이나 파랑 혹은 빨강 등 단색의 잉크로 그려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 관념이 있는 시대였다. 이후 오색의 잉크가 나오면서 지금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좋아했던 작가가 펜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그 특유의 단출함 덕이었다.

“유화나 수채화를 그리면 물도 떠야 하고 기름 냄새도 나고 공간도 많이 필요하잖아요. 반면 펜화는 아주 단출하게 작업할 수 있어요. 전업 작가가 아니라 직장 생활과 병행하다 보니 회사에서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가장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료가 펜이었습니다.”

작가 고유의 성향과 잘 맞기도 했다. 붓에 물감을 묻혀서 그리는 작품은 우연성에 의존하는 일이 많지만, 펜화는 머릿속에 미리 계획한 것을 정직하게 옮길 수 있어서 좋았다.

박 작가는 “이분법적으로 나눌 순 없겠지만, 건축을 하기도 하고 평소 감성적이라기보다는 계산된 생각을 표현하는 쪽이 잘 맞는 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성의 펜화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수십 년간 홀로 펜화에 탐닉해 온 박 작가는 주변 지인들의 끈질긴 권유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본업인 건축사 명함을 뒤를 하고 처음으로 예술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 보인 것.

그는 “작가로서 전시를 하고 나니 일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느낌”이라며 “이전에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주저했던 것을 이제는 ‘예술가니까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조금 더 과감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문의 갤러리워킹(010-8911-3656).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2009-01 풍경_Waterscape.
‘2009-01 풍경’ 작품 확대.
2015-01 집이 있는 풍경.
‘2015-01 집이 있는 풍경’ 확대.
2011-01 정물.
‘2011-01 정물’ 확대.
박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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