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돈이란 무엇인가?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돈이란 무엇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4.04.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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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신약성경 디모데전서 6장 10절의 말씀이다. 돈의 의미와 가치, 기능, 속성에 관한 학자들의 다양한 진술과 연구들이 있어왔다. 돈은 수많은 악의 뿌리이긴 하지만, 돈 자체는 더럽거나 악한 무엇이 아니다. 다만 돈에 대해 갖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든지 사랑하는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돈의 위력을 인정하고 좋아하면서도 돈에 관한 얘기는 가급적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고상한 사람들에게 돈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 섹스에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상한 척하며 모순과 위선이 가득한 태도로 대답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던 것이다.

화폐는 인류가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면서 사냥물이나 어획물, 농산물 등의 잉여생산물에 대한 교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등장한 화폐는 진화발전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문자를 가진 사회가 형성되면서 네 가지 주요 기능을 하게 된다. 먼저, 배상이나 공물, 선물, 종교적 제물의 헌납, 납세 등과 같은 화폐의 지불기능이다. 다음으로 돈은 뭐니뭐니 해도 가격을 재는 가치의 척도 기능이 중요하다. 그리고 음식이나 가축, 재산 등과 같은 부나 권력의 비축 수단으로서의 저축 기능이 있고, 간접적 교환으로 이루어지는 매매 기능이 있다. 돈의 이러한 기능은 사회가 작동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체인 것이다.

‘돈은 자유다/ 돈은 능력이다/ 돈은 안전이다/ 돈은 사랑이다/ 돈은 행복이다/ 돈은 권력이다/ 돈은 시간이다/ 돈은 자립이다/ 돈은 의존이다/ 돈은 자신의 가치이다/ 돈은 두려움이다/ 돈은 자비이다/ 돈은 탐욕이다/ 돈은 질투이다/ 돈은 수치이다/ 돈은 기회이다/ 돈은 확인이다/ 돈은 통제다/ 돈은 핑계다/ 돈은 활기다/ 돈은 점수판이다/ 돈은 뭐든 될 수 있다.’ 정신의학자인 데이비드 크루거(D. Krueger)와 성공법칙 작가인 존 데이비드 만(J. David Mann)이 그들의 저서 ‘돈이란 무엇인가(The Secret Language of Money)’에서 돈의 다양한 의미와 속성, 기능들을 재미있게 묘사해놓은 것이다.

그들은 ‘돈은 사랑이다’라는 대목에서 “나는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잖아요”라는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의 노래를 인용하면서, 수백만 명의 팬들이 즐겨듣지만 정작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돈으로 사랑을 사려고 애를 쓴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머리로는 돈과 사랑이 별개의 영역이라고 되뇌며 자신을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돈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돈과 사랑의 관계가 항상 명백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돈을 사용하거나 관리하는 게 훨씬 쉬워 보일 때도 있다…우리는 또한 자녀, 배우자, 부모님, 친구 등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거나 증명하기 위해서 돈을 사용한다. 물론 상대방이 그러길 원해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면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또 다음같이 통렬하게 꼬집는다. ‘우리 모두는 돈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장난삼아 돈에 손을 대보기도 하고, 돈을 갖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돈을 경멸하기도 한다. 또 돈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상을 주거나 자신을 벌하기도 한다. 우리는 실제로 돈이 갖고 있지 않은 힘을 믿으며 살아가고, 어느 사이엔가 돈의 지배를 받고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돈은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쳐 날뛰는 꼭두각시 인형과 같다. 돈은 우리를 막다른 골목에 밀어 넣고, 헛된 꿈을 불어넣고, 꿈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린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꼭두각시 인형의 줄을 잡고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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