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때로는 차선이 최선일 수도 있다
[경일시론]때로는 차선이 최선일 수도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4.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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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변옥윤 논설위원


제22대 총선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도 기대난망(期待難忘), 오히려 국민들을 고문(?)하는 아수라 난장판이 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탄식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부동산 투기규제 때 오히려 편·불법 대출로 재산을 불린 사람, 다단계 불법을 변호한 남편을 둔 후보, 전직 대통령을 성범죄자로, 대학생들을 성상납자로 매도하는 등 막말을 일삼는 자, 범죄자, 범죄혐의자, 공정경쟁과 당심으로 위장한 편향공천, 실형을 받고 최종심을 앞두고도 자기 이름을 당명으로 내세운 비례정당의 출현, 구치소에 수감된 자가 창당한 정당 등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보편적인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어 이번 총선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며칠 더 욕먹고 뭉개다가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가치의 전도가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당선되면 제일 먼저 대통령을 탄핵하고 검찰 독재를 막는 법안을 낸다는 사적 보복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정당, 매월 100만의 국민연금을 지급한다는 황당 공약을 내세운 정당들도 버젓하다. 모두 40개 정당이 후보를 낸 비례대표는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가가호호’, ‘가가국민’ 등 기상천외한 당명으로 코미디언들도 ‘코미디’라고 비아냥거린다. 이러한 문란의 틈새를 노려 언론임을 자임하고 있는 유튜버들은 극우와 극좌로 치달아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돈벌이에 혈안이다. 나아가 국론의 극심한 분열현상마저 야기하는데 앞장서고 있음에도 후보들은 이들에 줄서기하고 있으니 아수라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를 낸 40개의 비례정당. 50㎝가 넘는 투표용지에 이로 인해 수동개표가 불가피한 것도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이러한 총선분위기는 우리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윤리, 그리고 도덕률을 차안의 부재로 만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함량 미달, 범법으로 인한 임기 중 형 확정, 유죄판결로 최종심을 앞둔 국회의원을 양산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국회의 천격화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천자에게 보은하고 줄서는 팬덤정치에 매몰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두운 날이 될 것이라는 비관도 존재한다. 어느 정당이 원내 제1당이 되든 지난 국회가 자행해온 입법독재가 국회독재, 사법독재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금의 선거양상이 이를 예감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선거는 지난 행적에 대한 평가이자 유권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행사할 수 있는 의무이자 권리이다. 잘잘못을 따져 심판하고 새로운 인물을 등용시켜 정치발전과 사회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최소한의 가치와 공동선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절대적 장치이다. 면면히 이어져 온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이기도 하다.

아무리 선거가 아수라판이라 해도 반드시 참정권은 행사되어야 한다. 최선의 후보자,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다해도 포기하지 않고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포기라는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선을 선택하는 지혜가 최선을 낳을 수도 있다. 정치는 그렇게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차선을 선택해 왔고 그로 인해 정치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승복하는 자세를 취해 왔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선택이 언제나 옳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른 정치에 힘쏟는 동기부여도 유권자들로부터 비롯된 것을 잊어선 안된다. 관심을 놓으면 정치는 언제든지 타락하고 권력에 도취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4년마다 투표로 심판하는 절차는 인과응보와 가능성, 미래에 대한 희망이 녹아 있는 선택의 장임을 잊어선 안된다.

지금 우리 앞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몫이다. 어느 후보가 국회의원다운 재목인지 살피고 고민해 실제로 투표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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