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탐춘(探春)-봄을 찾아서
[경일춘추]탐춘(探春)-봄을 찾아서
  • 경남일보
  • 승인 2024.04.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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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경 갤러러 DOO 대표
정두경 갤러러 DOO 대표
정두경 갤러러 DOO 대표

 

지난 주 5박 6일을 일본의 남쪽 도시 오이타 지역에서 보내고 돌아왔더니 바야흐로 서울엔 벚꽃이 절정이다. 꽃이란 꽃은 죄다 피어 겨우내 삭막했던 회색도시를 화려한 빛깔로 물들이고 있어서 눈이 호강한다. 우리 아파트의 벚꽃도 만개해 4층인 우리 집 방과 거실 창 앞으로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환하게 핀 벚꽃이 연출하는 눈부심에 순간순간 깜짝 놀란다.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한 착각을 하는 순간이다.

해마다 이른 봄에 봄꽃을 찾아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늘 떠오르는 시가 있다. 중국 송나라 때의 시인 대익(戴益)이 쓴 ‘탐춘(探春)’이라는 제목의 시다.

‘종일심춘불견춘(終日尋春不見春)장려답파기중운(杖藜踏破幾重雲)귀래시파매초간(歸來試把梅硝看)춘재지두이십분(春在枝頭已十分)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지만 봄은 끝내 보지 못하고,지팡이 짚고 몇 겹의 구름만 헛되이 헤치고 다녔네.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 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이미 와 있었네.’

매주 월요일 저녁에 운현동에서 우리나라 한학의 대가 한송 성백효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시작한 지 6년째이다. 처음 공부모임에 갔을 때 한송선생님께서 직접 번역한 당·송 시대의 한시가 실린 고문진보를 공부했다. 고문진보와 예기를 훑고 지금은 시경 강의를 듣고 있는데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인생을 관조하는 한시를 공부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진리와 지혜를 얻고 있다. 위의 시 ‘탐춘(探春)’을 통해 우리 삶에서 깨달음도, 행복도, 사랑도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 눈앞에,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배운다.

사계절 중 봄은 가장 짧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갑자기 한꺼번에 앞 다투어 피어난 봄꽃들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꽃그늘 아래 앉아보지도, 걸어보지도 못한 채 순식간에 꽃들은 져버린다. 자연의 섭리대로 변화해가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눈여겨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느끼고 호흡하는 것,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사월에는 활짝 피어나는 꽃들과 나무마다 피어오르는 연둣빛 수액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꽃과 나무들이 1년 동안 숨죽이며 인내한 기다림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환희를 함께 목도해야 한다. 비록 현재가 고달프더라도 생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는 걸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짧아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봄! 오늘은 운동화를 신고 분분히 떨어져 내리는 벚꽃비를 맞으러 양재천으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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