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취의 50년, 기회의 100년
[기고]성취의 50년, 기회의 100년
  • 경남일보
  • 승인 2024.04.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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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 한효학원 이사장
김효준 한효학원 이사장


배움에 목말라 있던 어린 소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산업체 고등학교인 한일여자고등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이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위대한 극복의 정신과 찬란한 성취는 대한민국 현대화와 여성교육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개인의 역사가 모여, 학교의 전통이 되고, 이러한 전통을 후대에게 잘 이어서, 새로운 기회의 영감을 발견할 수 있게끔 한 것이 이번 50주년 기념식의 가장 큰 의의이자 목표였다. 다른 학교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역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지난 50년간 우리 학교의 가장 큰 가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의 이러한 독특한 위상은 ‘처음’, ‘첫’ 이란 타이틀을 가지게 했다. 전국 어느 다른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디어나 뉴스 노출이 잦은 학교였다. 역대 대통령 중 다섯 분이 학교를 방문하실 만큼, 관심의 대상이었고, 이는 수많은 뉴스와 영상자료로 학교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되었다. 이 방대한 자료와 오래된 한일합섬 사보, 최근까지 발간된 교지 및 전체 졸업 앨범을 한 한장한장 스캔하고, 동영상으로 편집해 수만 건의 자료를 담은 디저털 라이브러리를 자랑하는 역사적인 ‘50년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5만여 동문회의 십시일반 후원금과 본인이 직접 입었던 수십년 전 교복과 성적표, 우리학교 만의 특징인 학생들의 월급 명세서까지, 고등학생이 될 수 있었단 희망 하나로 전국에서 모여들었던 그 소녀들의 학교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증품으로 우리나라 어느 학교 역사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그녀들만의 자랑스러운 ‘성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50주년 기념 동창회날 모인 700여 소녀들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던 ‘일하며 공부하던’ 그 옛날 자신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눈물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가 10여년 전에 이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직접 만들어 교실과, 학교 곳곳에 써붙여 놓은 우리 학교의 교육 목표인 ‘Learning to inspire yourself; work hard, play hard.’ 는 지금의 학생들이 이러한 선배들의 찬란했던 성취를 새로운 기회의 영감으로 이어가자고 한 바람이었다. 그 선배들은 말 그대로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했지만’, 지금의 후배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즐기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인생에서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가치가 중요한 것인 지를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뜻이었다. 영감과 깨달음은 어떤 것이든 정말로 미친듯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푹 빠져 보지 않으면 절대 얻을 수 없기에, 학생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게끔 학교는 교육과정과 시설과 같은 환경 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우리는 시설 부심이 있어요’ 라는 말을 많이들 해왔지만, 이제는 경남을 넘어 전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학교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작년에 우리학교에서 열렸던 전국상업경진대회에 참여했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 지역 학생들이, ‘우리학교에도 와서 이사장님 해주세요’ 라고 했던 말들은, 소임을 맡고 들었던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싶다. 한마디만 자랑을 더 하자면, 작년에 우리학교 급식도 모 SNS에서 전국 1위를 했을 만큼, 영양사님과 조리 여사님들이 영혼을 갈아 넣으신 게 아닌가 하는 맛있는 밥을 나도 자주 먹고 있다.

올 해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란 의미로 교훈도 새로 바꾸었다. ‘We are our choices; 미래는, 오늘 내가 만든다’ 란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명언에 우리만의 해석을 첨가했다. 내가 하는 모든 나의 선택과 결정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듯, 지금부터 하루하루 오늘 내가 하는 모든 나의 선택들이 모여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지금의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고, 즐기며 지낸 매일매일이 쌓여서, 그들 만의 새롭고 찬란한 전통을 써내려 가기를 기원한다. 우리학교도 이 친구들이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그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려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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