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2]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2]
  • 정희성
  • 승인 2024.04.10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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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기 쉬운 말이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서 쉬운 말로 느낌, 생각, 뜻을 막힘없이 주고받으며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토박이말을 널리 알리는 일을 지며리 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일곱 돌 토박이말날 기림 잔치를 알려드렸습니다. 알리는 말씀을 보신 한 분께서 ‘돌’이라는 말을 옛날에는 많이 썼는데 요즘 쓰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는데 볼 수 있어 반가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돌과 아랑곳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일(生日)’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다보니 생일이라는 말이 한자말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생일과 비슷한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 무엇인지 아는지 물으면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돌이라는 토박이말이 있다고 말해주면 돌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 때만 쓰는 말 아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일이라는 말을 많이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말을 쓰며 살게 된 데는 말집(사전)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라는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이름씨(명사)로 ‘어린아이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흔히 쓰는 ‘생일’의 뜻으로는 쓸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우리 토박이말의 쓰임새를 이렇게 가두어 놓지 말고 두루 쓸 수 있도록 ‘돌’이 ‘생일’과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돌’의 둘째 뜻은 ‘매인이름씨(의존명사)’로 “생일이 돌아온 횟수를 세는 단위. 주로 두세 살의 어린아이에게 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우리 토박이말의 쓰임을 가두는 풀이하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몇 살이냐고 물으면 “두 돌 지났어요” 또는 “세 돌 지났어요”라고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네 돌’, ‘다섯 돌’, ‘열 돌’, ‘스무 돌’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첫돌 잔치만 ‘돌잔치’라고 하고 요즘 아이들이 ‘생파’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도 참일입니다. 저 말고도 다른 많은 분들이 함께 걱정을 해 주신다면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겠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도 하지 않는 게 저는 더 걱정입니다. 말은 바뀌기 마련이고 그걸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생일 파티’를 줄여서 ‘생파’라고 하고 ‘생일 선물’을 줄여서 ‘생선’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고 어른들이 앞장서서 ‘돌잔치’ ‘돌손씻이’이라는 말을 쓴다면 아이들도 그런 말을 쓰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아가 생신(生辰), 탄신(誕辰), 탄신일(誕辰日)일과 같은 말도 ‘오신 날’, ‘나신 날’처럼 쉽게 풀어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석가탄신일’을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하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처럼 ‘성탄절’은 ‘예수님 오신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만든 달자취(달력)에는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절로 쓰게 될 거라 믿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돌’의 셋째 뜻은 ‘특정한 날이 해마다 돌아올 때, 그 횟수를 세는 단위’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토박이말날이 ‘일곱 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의 ‘돌’의 뜻입니다. ‘몇 회(回)’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몇 돌’이라는 말을 많이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돌’이라는 말의 뜻을 잘 알고 알맞게 쓸 수 있도록 잘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을 튼튼히 해야겠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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