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혐오하면서 혐오라 말 못하는 이유
[여성칼럼]혐오하면서 혐오라 말 못하는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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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모 편의점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인정한 공소장에는 이렇게 제기되어있다, 손님으로 온 20대 피의자가 처음에 물건을 떨어뜨리고 계산대 옆 접이식 문을 위로 치며 난폭하게 굴다가, 경찰에 신고하려는 아르바이트생 휴대전화를 뺏어 전자렌지에 넣어 돌리고, 아르바이트생 멱살을 잡고 매대 쪽으로 밀치고 넘어뜨려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을 하였다.(이하 피해자A) 손님으로 온 50대 남성이 경찰에 신고하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으며 말렸는데 “나는 남성연대 회원이다. 같은 남자면서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 저 여자는 페미니스트다”라며 주먹으로 얼굴 부위 등을 수차례 가격하고 플라스틱 의자로 가격하고, 목을 감싸고 졸라 폭행을 하였다.(이하 피해자B)

피해자A가 “나는 페미가 아니다”라고 계속 말했지만 “내가 페미를 몰라보겠냐? 숏컷, 짧은 머리하며 딱 봐도 페미다”라며 계속 폭행을 했다. 피해자A는 머리에 다발성 표재성 손상을 입고, 귀 청력 기능 손상, 치아 신경 손상, 어깨, 손가락 등에 골절과 염좌 피해를 입었고, 6개월째 접어든 지금까지 내과, 이비인후과, 치과, 정신건강화 진료를 받고 있다. 폭행 당일부터 경제활동은 중단된 상태이다.

피해자B는 직접적인 폭행으로 인해 한달간 입원치료를 받고, 12월까지 외래진료를 받다가 완치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진료를 중단했다.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무한정 치료에만 매일 수 없었다. 병원, 법원, 조사기관을 오가며 직장에 빠지는 일이, 직장에 폐가 되는 것 같아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피고인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피고인의 혐의는 특수상해, 상해, 공용물건손상, 업무방해, 재물손괴이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리고 징역 3년을 선고하고, 편의점 점주에게 250만원을 배상하고 피해자B에게는 위자료 및 치료비 1000만원 지급을 명령하였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정한 공소사실, 즉 공소장에 있는 범행동기에 대해 ‘혐오범죄’라는 판단을 내려주지 않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같은 달, 대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두고 “이는 전형적인 혐오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혐오범죄는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범행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재판 단계에서도 이 모든 것이 양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재판부의 판결은 본 사건을 혐오범죄라고 하지 않았다. 본 사건의 범행동기는 딱 하나 ‘너는 페미니까’, ‘너는 남자편을 안들었으니까’였는데 혐오범죄라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혐오범죄이기 때문에 가중처벌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했다. 국립법무병원 등의 검사 외에도 피고인이 피해자A의 휴대전화를 전자렌지에 넣고 돌린 행위를 심신미약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이 행위는 ‘휴대폰 포렌식 안되는 방법’이라며, 커뮤니티에서 ‘증거 없애는 방법’으로 유행하고 있다. 피고인의 행동은 심신미약이 아니라 매우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선고결과에 대해 피해자A와 B는 동시에 ‘실형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심신미약으로 감형된 것이 아쉽다. 구형 꽉 채운 5년이 나와도 아직도 억울하다. 항소할 것이다’라며 감정을 밝혔다. 그리고 피해자A는 “나를 폭행한 이유가 여성혐오 때문 아니었던가?”라고 덧붙였다.그렇다. 피해자A도 B도 즉, 성별에 따른 혐오감정의 피해자는 여성도 남성도 될 수 있다. 혐오는 특정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는 매우 잔인한 범죄다. 관련법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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