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경일포럼]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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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이번 총선 막판에 정권심판론 기류가 확산했다. 지난 2월까진 비명횡사 공천 내홍에다 한동훈 효과에 민주당이 밀렸다.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의대정원 증원 갈등으로 분위기가 바뀌더니 3월부터 분 조국혁신당 돌풍이 결정타가 되면서 민주당은 ‘반윤전선’에 무임승차했다.

‘세대별 투표율’은 마지막 승패의 변수가 되면서 이번 총선의 전체적인 흐름은 상대방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조장하는 소위 ‘정치적 부족주의(Political Tribes)’만 난무했다. 정치적 부족주의란, 극단적인 양당 정치로 유권자들이 정파적으로 대립하게 되면서, 상대 집단에 대한 정서적 경멸과 혐오를 기반으로 강력한 부족화가 진행되고, 대립하는 집단을 ‘함께 갈 수 없는 적’으로 규정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정책과 인물은 뒷전이고 진흙탕 싸움 식의 네거티브 선거전과 막말 등은 공정 의식이 강한 2030세대인 청년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한국일보가 4월 3일에 실시했던 청년 유권자 심층인터뷰와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40대 이상 타 연령층에 비해 무당층 비율이 3~4배는 높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선거운동은 ‘이런 나라를 만들자’는 식이 돼야 하는데 거대양당은 상대방이 되면 끝장이라는 네거티브가 너무 많았다” 등이었다. 제3지대는 대안적 가치 제시보다는 소탐대실의 모습만 보여주면서 청년 유권자들의 기대를 끌지 못했고, 비례정당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 비토’ 외에 무슨 정책을 내세웠느냐는 것이다.

2030세대 유권자는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이들의 상당수가 무당층화 한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혐오의 정치가 되면 갈등의 폭은 더욱 커지고, 갈등 해결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거와 관련된 몇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는 선거제도 개선을 편의상 어항에 비유하곤 한다.

먼저 어항 ‘모형’을 바꿔야 한다. 극단적인 진영정치에 입각한 양당 기득권 모형인 ‘모가 난 직사각형’ 어항을 다당제 모형인 ‘유연한 둥근 원형’으로 변형시켜야 한다. 모가 난 직사각형 어항은 편 가르기 형태의 비토크라시(Vetocracy) 문화를 확산시켜 민주주의의 기본인 타협을 어렵게 해서 다원주의를 훼손시킨다. 집단적인 부족화를 부추겨 진실보단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반지성주의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다. 중대선거구제와 위성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은 그나마 진전된 해결 방안이 되지 않을까.

둘째로 어항의 ‘물’ 갈이를 해야 한다. 내부혁신의 정당개혁을 통해 사당화 방지 시스템을 도입해야만 좋은 정치인들이 진흙탕 개싸움판에 뒤엉키는 일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어항의 ‘물고기’ 갈이를 통해 인적쇄신에 나서야 한다. 막말, 혐오 발언자 등은 공천 과정에서 원천 배제될 수 있도록 당내 윤리 규범을 강화해야 한다.

22대 국회 역시 정쟁의 21대 국회가 연장될 판이다. 거대양당 모두 공천 과정에서 당대표와 권력자의 말만 잘 듣는 사람을 뽑았으니 4년 동안 충성 경쟁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술한 개선안의 실행을 국회에만 맡겨선 또 실망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을 담당할 제3의 기구를 발족시켜야 한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민간 차원에서 브레이버에인절스라는 단체를 만들어 양극화된 정치 지형 속 진영 간 가교 역할을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심판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도록 하자. 언제까지 반복의 악순환을 두고 봐야 할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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