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희망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에 돋는 뿌리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움켜진 집착만으로
세상을 오르려 했다
가닿을 수 없었던 수직의 시간들
집착만 꽉 움켜지고 빈 손짓임을 알지만
온몸을 던져 넣고서
벽을 타든 때가 있었다
걸음마다 마디마디 맺히고 맺힌 속말들
차갑고 위태로운 말들을 끌어안고
가파른 그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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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차단을 위한 구조물이다.
이것과 저것의 연결을 거부하는 방어막이다.
저쪽으로 향하는 길목의 벽은 늘 단호해
비상한 각오나 우회의 선택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잔뿌리를 내리고 담을 타는 담쟁이의 집착을 닮았던
한 때의 용기가 있었다.
수평으로 익숙한 삶이 수직의 경계를 오르는
방식엔 서툴긴 했지만
세상의 단단한 벽에 저항으로 기어오르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갈증을 견디고 중력을 감당하는 고된 일들을
혁명처럼 완수하고자 했지만 지금 나의 존재는
명징하지가 않고 확신도 부족하다.
내가 지금 제대로 가는 것일까. 시인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시조는 정형화를 요구하는 언어다. 함축성이 더욱 필요하고 정제된 감성을 요구한다.
잘된 시조 한 편을 만난다. 사월에 뿌리를 내리는 세상이 모두 벽을 넘을 준비를 한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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