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사랑하는, 우리 시대 청년 학생들에게
[아침논단]사랑하는, 우리 시대 청년 학생들에게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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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요즘 나무의 싱그러움에 눈이 부십니다. 4-5월 나뭇잎 빛깔을 신록이라고 합니다. 신록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기간은 짧습니다. 수필가 이양하 님은 ‘신록예찬’에서 이때의 나뭇잎을 “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는 시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나뭇잎 빛깔에도 인생이 있다고 한다면, 이때를 청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춘의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대학교에서 38년 동안 학생을 가르쳤습니다. 나노·신소재라는 분야에서도 유기전자재료라고 하는, 시대를 앞서가는 분야를 공부하는 20대 청춘들과 동고동락했습니다. 또한 나는 38년 가운데 8년간은 총장으로 일했습니다. 많은 대학생, 대학원생의 꿈과 희망을 지켜보고 응원하며 그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응축하여 인생의 신록을 맞이한 우리 청년 학생들에게 몇 마디 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자기 인생의 목표와 비전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하기 바랍니다. 삶의 목표와 비전은 시간과 범위 면에서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설정하는 것도 좋지만 여름방학 때까지 저축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하기, 연인을 사귀고 같이 진주 맛집 방문하기, 나만의 버킷리스트 만들고 실천 계획을 세우기, 전공으로 취업할 수 있는 직업을 알아보고 기본소양 함양하기, 1학기 내가 이루고 싶은 것 적어보고 준비하기 등 단기간, 사소한 일에서라도 시작해 보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훨씬 높게 됩니다.

두 번째,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 즉 창의력을 키우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 향상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훈련을 통해서 쉽게 향상시킬 수 있는 소양입니다. 어머니를 설득하여 용돈을 더 타내기, 무협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토론하여 청춘영화 보기, 친구를 설득하여 같이 여행하기 등도 생활 속에서 만나는 창의성 향상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함께 일하는 능력, 즉 소통, 협업, 감성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는 혼자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동료와 함께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 송이 꽃은 봄을 만들지 못하고, 한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공감하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이는 오늘날 대학 강의에서 ‘조별 과제’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문명의 이기(利器)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Al의 시대, 스마트 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 정리, 저장하고, 필요한 시기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보다는 이러한 능력교육의 비중이 더 커질 것입니다. 챗 GPT로 불리우는 생성형 AI 활용 능력도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문명이라고 하는 풍요로운 바다를 탐험하고 이해하고 우리의 생활에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분은 이러한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청소년기는 부모 슬하를 떠나서 자신만의 꿈을 키우는 시기입니다. 봄비 맞은 신록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 가듯이 젊음의 시기에는 육체적·정신적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됩니다. 넘쳐나는 정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흠뻑 들이마시고 그것을 성장과 성숙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됩니다.

나무는 자기가 뿌리내린 토양을 탓할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환경에 적응하며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우리 청년 학생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회적 환경을 얼마든지 바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동료와 함께 도전하고 개척하여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고 때로는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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