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지역산업의 활력을 꿈꾸며
[아침논단]지역산업의 활력을 꿈꾸며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5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어린 시절 졸린 눈을 비비며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요즘 같은 계절이면 따스한 봄내음을 느끼며 집을 나섰다. 아침을 깨우는 닭 울음소리, 귀 밝은 강아지들 짖는 소리를 배경삼아 동네 사람들의 발길이 만든 오솔길과 익숙한 논밭을 한참동안 걸으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포대자루로 잔디썰매를 타던 동산과 뛰어놀던 논밭, 추억의 장소들 곳곳에, 지금은 농공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무색하게 급속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농공단지가 빠르게 생겨났고, 조용하던 농촌에도 활력이 일었다.

농공단지는 농어촌 지역의 소득 증대와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1984년에 처음 조성되어, 이후 40여 년간 농어촌 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농어촌 인구의 감소, 노후단지의 증가와 같은 이유로 예전과 같은 활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지방소멸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남의 경우, 도내 18개 시·군중에서 11개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이라고 한다. 인력과 산업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누가 시골에서 일하려고 합니까? 당장 우리 아들만 해도 서울로 가겠다고 합니다. 마땅히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도 없고 앞으로 참 걱정입니다.” 올해 초 함양 원평농공단지 간담회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님의 탄식이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수도권으로 집중된 인구가 지방으로 유입되고 젊은 청년들이 떠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하기에 좋은 지역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역 생태계는 ‘자생력’을 갖춘 생태계이다. 즉, 지역 안에서 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일감과 자금이 선순환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될 때,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지방으로 모이고 지역 경제에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동반성장 네트워크론’사업을 올해 새롭게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수주를 받아도 납품 후에 일정기간이 지나야 대금을 지급받는다. 그런데 그 사이에 급격한 원부자재의 단가상승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큰 위기로 작용하게 된다. 동반성장 네트워크론은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는 지원 사업이다. 바로, 납품 계획만으로도 자금을 융통해 주는 것이다.

발주기업의 추천을 받은 수주 중소기업의 납품 발주서를 근거로 생산자금을 대출해준다. 민간자금 조달이 어려운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로컬 공급망을 구축하여 지역기업 간의 거래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부터 지방 광역거점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으로,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처럼 지역의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후화되거나 불편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 또한 지방을 살리기 위한 중요 임무이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에 좋은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은 대한민국의 실핏줄과도 같다. 지방의 경쟁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전국의 지방 도시들이 나의 살던 고향으로만 남지 않고, 다시금 활력의 터전이 되는 그 날을 기대 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