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0.72의 비극적 시나리오
[경일포럼]0.72의 비극적 시나리오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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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큰일이다.

2022년 출산율이 0.78이다. 2023년은 0.72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재앙 중 대재앙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출산율이 최저다. 이런 흐름으로 간다면 20~3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거의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두렵지만 다가올 미래를 한번 상상해 본다.

도외지 아파트들은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가격은 끝없이 떨어진다. 아파트를 재건축, 재개발을 해도 들어갈 사람이 없으니 수십 년 된 낡은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도시 단독 주택도 비어 있다. 슬럼가가 된다.

현재 1인 가구는 전국에 1000만 가구가 넘었다. 가족들은 흩어지고 세 집 중 한 집은 홀로 사는 집이다.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20~30년 후 그들이 세상을 떠나면 그 집들은 그대로 빈다. 특히 농촌은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니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모두 빈집이 된다. 농촌은 폐가들이 수두룩하다. 30년 후 농촌 인구는 850만으로 지금보다 15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150만 명이면 3~4만 명의 군 50개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말이다. 군면에 있던 주민센터와 우체국, 경찰서, 농협 등 거대한 관공서들은 찾는 사람이 없어 쇠줄로 문이 잠겨 있다.

시내 구시가지에는 임대와 매매 글자가 적힌 종이가 한 집 건너 붙어 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가게를 살 사람이 없다. 병원 몇 군데 노인들만 북적거릴 뿐이다.

농어촌 초·중·고는 없어진 지 오래고 도시 초등학교도 폐교 위기에 놓인다. 입학생 숫자가 0명인 학교도 올해 전국에서 181곳에 달한다. 20년 후면 거의 대부분 농촌 군면 단위 초중고등학교는 폐교된다. 교사가 거의 필요 없다.

많은 대학도 문을 닫는다. 폐교된 주변은 황폐화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만 18세 인구는 46만 3962명이다. 2040년에 만 18세 인구는 약 25만 9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입학 정원 2000명인 대학이 100개 없어지거나 4000명 정원의 큰 대학 50개가 없어진다. 1도 1대학이 거짓말이 아니다.

공단이나 농어촌에는 외국인들만 보이고 한국인을 찾기 어렵다. 공장 지역 가게들은 외국글자로 된 음식과 술집 간판들이 빼곡하다.

노동자가 없어 중소기업은 기계를 돌릴 수 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수출은 대기업 몇몇 기업에 근근히 의존한다.

국가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되며 물가는 폭등하고 국민소득은 떨어져 곳곳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청년 한 명이 3명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니 월급은 세금으로 다 나간다. 연금은 기대할 수도 없다.

유치원은 온데간데없다. 곳곳이 노인 요양원이고 요양병원들만 가득하다. 유치원은 대도시 대규모 아파트 주변에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거의 모든 금융 일도 모바일로 할 수 있으니 은행은 줄어든다. 최근 5년간 국내 4대 시중은행은 570개의 은행지점이 폐쇄됐다. 은행들은 대부분 비대면 업무를 보게 되면서 금융 기관들이 사라진다. 군면 소재지와 중소도시에는 폐업한 은행이나 은행지점, 금융기관들의 건물이 곳곳에 색이 바랜 채 흔적만 남아 있다.

2035년 군에 입대할 군인이 지금의 반으로 줄어든다. 국방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지금 북한군은 128만 명에 한국군이 50만 명이다. 이 마저도 십 년 후면 반으로 줄어드니 나라가 위태롭다. 큰일이다.

위정자들은 싸움만 하지 말고 나라 살리는 지혜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런 부질없는 상상이 부디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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