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화된 K-뷰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화된 K-뷰티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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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를 청결 또는 미화하기 위해 도찰(塗擦)·살포 기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약사법 2조 8항에 서술된 화장품에 대한 정의다. 그런데 이 화장품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이 거주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의 무르시아 섬에서 노란색 색소와 붉은 파우더가 든 조개껍질이 발굴됐다. 연구팀은 파운데이션으로 추정되는 노란색 물감과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광석 가루가 섞인 빨간색 파우더도 찾아냈다. 이미 5만 년 전에 화장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을 거라는 고고학적 흔적을 찾아낸 것이다. 화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시기는 이집트 시대라는 것이 통설이고, 클레오파트라 여왕 시대에 들어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고대 그리스로 넘어가면 화장이 신분을 상징하는 도구로 변하게 되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피부를 하얗게 하는 화장을 즐겨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하얀 얼굴을 과시하기 위해 ‘백연광’이라는 납성분을 얼굴에 바르기도 했는 데, 이 때문에 납중독에 걸려 단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흰 피부를 선호하는 경향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라 시대에는 쌀가루 분과 납 가루 분(연분)을 만드는 제조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의 분 제조기술은 무척 뛰어나 일본 고문헌에 신라의 한 승려가 서기 692년에 일본에서 연분을 만들어 상을 받았다는 기록도 남아있다고 한다. 동서양 하나 같이 하얀 얼굴과 붉은 입술, 그리고 가지런하고 또렷한 눈매가 미의 기준이었기에 결과적으로 화장품 재료도 동서양이 비슷한 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어서,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의 화장품 제조 기술이 일본보다 우위였다고 한다. 그리고 고려시대에는 향유(香油)가 수출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일본사람들이 화장수(미안수) 제조기술을 모방할 정도였다고 한다. 오늘날 고도화한 한국의 화장품 제조기술 수준과 화장품산업의 경쟁력을 포괄하는 이른바 K-뷰티의 저력은 오랜 역사적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세계 시장에서 K-드라마, K-무비 등의 콘텐츠는 대단한 위력을 과시해왔다. BTS, 블랙핑크 같은 K-pop 아티스트들이 빌보드 차트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 화장품을 알리는 선두 주자 역할을 해왔다. 한국 아이돌들은 K-뷰티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글로벌 팬들에게 한국 화장품의 매력을 알렸고, 그들의 맑은 피부와 화려한 메이크업은 팬들로 하여금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 경향을 부추겼던 것이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유행과 더불어 K-뷰티가 세계 미의 잣대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기준, 우리나라는 약 91억 8000만 달러의 화장품을 수출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어서 2021~2023년 사이 연평균 10% 이상의 꾸준한 성장률을 이어왔고, 앞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4~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7월 기준, 미국의 화장품 수입국 중 한국이 점유율 20.1%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브랜드는 대부분 스킨케어 분야다. 한국화장품은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기능성으로 가성비 좋은 화장품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뷰티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다. 캐나다의 오프라인 화장품 매출 규모는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34%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캐나다 내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는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아시아 국가 중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한편 일본은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으로 꼽힌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일본 수입 화장품 시장 내 한국 화장품 비중이 25.6%를 기록하며, 뷰티강국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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