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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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4.2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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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진주여자고등학교 출신 문인에 누구 누구가 있나?(5)
『일신문학』 3집에 실린 시인들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이점선, 문정임 시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점선은 진주여고 50기, 진주교대 17기를 수료하고 2004년 《시와 세계》로 등단했다. 그는 학문에 깊숙히 들어가 두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나는 진주교대 국어교육분야 석사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어교육 분야 석사이다. 국어교육 논문은 「읽기 활용을 통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쓰기 지도방안」이고 한국어교육 논문은 「기초문식성 지도를 통한 초등학교 1학년 말하기 능력 신장 방안」이다. 그냥 학위를 이름으로만 따서 이력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실지로 봉사 현장 ‘다문화센터’나 도교육청 주재 다문화 관련 강의를 지속해 하고 있다.

이것은 시 쓰기와 창작의 언어미학적 감성 작업과는 다른 언어사회적 실용에 이바지하는 봉사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공시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그는 2011년 이후 13년째 진주교대 시간강사로 교수직을 이행해 오고 있다. 필자도 한때 그 직으로 교대 문턱을 드나든 때가 있었다. 추억 가운데 몇 개 안되는 보람이다. 거기다 진주교대 초등교사 연수 시강의를 맡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수강교사 인기투표 운운’의 전언을 듣고 깜짝 놀라기도 했으니, 지금도 교대를 지나가는 순간이면 괜스레 기분이 뜬다. 이유가 거기 있을 것이다.

그는 진주여고 재학중 교련 관련 전교생 훈련시 전체 연대장을 맡았던 에피소드가 있는데 시인이 이런 제식훈련의 연대장이 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한 줄 이력으로 보인다. 필자는 그에게서 처음으로 당당한 남성적 기질이 있음에 놀라움을 표시해 두고자 한다. 그는 두 편의 시를 내놓았다. 하나는 「이파리」이고 하나는 「졸업」이다.

시 「졸업」은 다음과 같다. “그 책은 우울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그런 모습이었고, 또한 그런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 말라비틀어진 스펀지 같은 덩어리들, 열 개중 아홉 개는 결국 폐기처분 될 운명인 것들”(전문)

이 시는 졸업을 말하되 책을 가지고 우울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교에서의 책은 곧 폐기되고 말 것이라는 것일까. 달리 읽으면 학교에서의 책은 일상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고 인생의 길을 우울하게 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는 필자가 읽을 때 소설의 어떤 장면을 잘라다 놓았다는 인상을 준다. 생의 우울, 한없는 부조리 같은 사색이다.

다음은 문정임 시인의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를 읽을 차례다. 문시인은 경상국립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출신이다. 진주여고 동창회 소식지 『일신 세상』 편집장. 2014년 에세이집 『우연욕서』, 2023년 시집 『북적이지 않은 꽃의 질서』, 2024년 가톨릭문집 『님의 옷자락이 스칠 때』 등이 있다. 그는 시인 중에서 비교적 늦깎이이면서도 기량의 중후함을 느끼게 하는 시인이다. 『일신문학』에는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가 실렸다.

“푸른 아오자이 배를 탄다/ 신파의 눈물은 아직 일러/ 겹겹이 두 손을 모으니 저절로 기도가 태어난다/ 싱싱한 피부가 목숨값/ 볼을 부비는 이별 따위 아껴서 써야지/ 걸어서 가 닿지 못하는 길이었으니/ 낯선 육지에 닿으면 하늘부터 노오래지고/ 얇은 한복치마는 따뜻한 남쪽나라가 벌써 그립다”

월남산 바나나를 그리고 있다. 바나나는 이름 같이 겹겹의 이미지를 가져 소리도 겹쳐서 내는 것이 좋을까,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 이어 붙이는 것이 미끄러운 껍질 벗기기라는 의식과 겹치는 심상이다. 색깔은 노란색임을 환기시킨다.

문정임 시인의 신앙문집 『님의 옷자락 스칠 때』를 특히 기억해 마지 않는다. 필자는 그 책의 끝에 「해설」을 붙였었는데 그 머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문정임 젬마씨의 총체적 영성의 기록인 「님의 옷자락 스칠 때」에는 시와 산문을 포함하고 영혼의 산책과 체험기를 아우르는 신앙의 다채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말하자면 문정임씨는 시인이면서 수필가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살아가는 지도자로서의 교리 섭렵과 그 영적 예언에 참여한다. 이 한 권을 다 읽으면 가톨릭 신자는 무엇하는 사람이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사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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