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민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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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명절에 고향에 들렀다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어릴 적 ‘시내’라 불렀던 역 주변이 깜짝 놀랄 정도로 쇠락한 모습을 본 까닭이었다. ‘시내’, 즉 원도심 상가는 절반 이상이 공실이었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꼭대기 층 호프집에 손님이 바글거리던 역 바로 옆 5층 상가건물은 1층을 제외하고는 최소한 몇 달 이상 공실 상태를 이어온 모양새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시내가 예전만 못해진 수준을 넘어선 모습이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KTX역과 혁신도시의 유치였다. 시청이 옮겨가고 신도시가 생긴 뒤에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던 중심지의 기능과 인구가 혁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원도심은 내가 알던 고향의 시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쇠퇴해 버렸다. 이처럼 신도시나 혁신도시로의 인구, 상권의 유출로 인해 원도심이 쇠락하는 현상을 인문지리학 용어로는 ‘주거 여과’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원도심 활용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는 신도시 개발은 자칫 원도심의 쇠퇴를 가속할 위험성도 크다. 원도심과 옛 주거지는 낡고 오래되기도 했지만, 그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재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곳들 역시 도시와 고장의 한 부분이고, 삶터를 이루는 공간이다. 원도심과 옛 주거지를 되살려 지자체를 대표하는 명소로 발전시킨 사례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많다.
경남의 여러 지자체가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신도시 개발과 교통시설, 산업체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대척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장소인 원도심, 옛 주거지를 어떤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할 것인가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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