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5월 3일부터 나흘간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서 열린 제23회 진주논개제의 제전위원장을 맡아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전위원장을 맡은 일 자체가 개인적으로 영광이었지만, 무엇보다 진주논개제가 혁신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확대를 통해 젊은 세대(MZ세대)와 전 국민에게 흡입력을 제고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진주논개제는 ‘의암별제’ 등 교방문화의 정수를 담은 본 행사를 비롯해, 색다른 체험으로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받은 다양한 부대행사와 참여행사, ‘제1회 전국교방문화 대제전’, ‘실경역사뮤지컬 의기논개’ 등 굵직한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동반행사까지 합하면 전체 행사는 88개로 역대 가장 많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습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연인원 7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으며 경남도 축제 부문 트렌드지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우선 진주논개제는 여성만이 제관으로 참여하는 국내 유일의 이색 제례입니다. 올해 행사에는 지역 기관장 이외에도 가야문화권 시장·군수협의회, 태국 치앙마이 국제교류단이 함께했습니다. 의암별제에서는 100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진주검무를 선보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처음으로 영어 동시통역을 도입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진주교대 총학생회장을 역대 최초 청년 헌관으로, 지역 대표 공공기관 임직원을 헌관으로 임명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지역축제의 가치를 확산시켰습니다.
이는 조규일 진주시장님을 비롯해 관련 공무원과 논개제 제전위원들이 20년 이상 열려온 논개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과거의 관례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가장 진주적인 것, 가장 논개다운 것을 찾아낸 결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진주의 가을 축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면, 이제 논개제는 진주의 봄 축제로 그 위상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진주논개제의 성공적 개최가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과 성공에 도취되어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책을 모색하고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400년 전의 역사를 오늘날의 축제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MZ세대에서부터 실버세대에 이르기까지, 진주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데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이는 축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소멸의 위기에 대처하고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등 인간 생활 모든 면에서 적용해야 할 기본원리입니다.
진주시 관계자는 행사를 마친 뒤 “성과에 만족하기보다는 보완할 점에 초점을 맞춰 내년 행사를 더욱 새롭게 준비하겠다”라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이러한 태도와 각오라면 내년 행사의 성공도 미리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진주논개제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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