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약물중독…차단·예방 교육공동체 함께 나서야
청소년 약물중독…차단·예방 교육공동체 함께 나서야
  • 김성찬
  • 승인 2024.05.15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학생 참여 ‘약물이 뭐가 문제야?’ 토크 콘서트

 

최근 들어 다크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한 마약류 인터넷 거래 증가 탓에 온라인 접근성이 높은 10~20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덩달아 늘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의료용 마약류 불법·과다·중복 처방 등의 문제도 증가세여서 적잖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경찰청 자료를 보면 마약사범은 2018년에 견줘 270% 급증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178명이었던 10대 마약사범은 지난해 말 기준 400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사범 중 8%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율의 가파름이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청소년 마약사범의 급증의 원인으로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매체의 발달을 꼽는다. 이런 매체들의 특징은 별도의 가입 없이 익명으로 거래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접근이 쉬운만큼 악용될 여지도 짙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해외유학에 따른 마약류 노출도 종전보다 쉬워진 탓에 청소년 마약류 사범 증가를 부채질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경남지역 전문가와 학생들이 한 자리에 앉아 ‘청소년 유해약물’에 대해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이송헌 변호사(한국토지주택공사 고문변호사)와 유동아 보건교사(촉석초등학교), 방소영 약사(경남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가 참석했고, 학생은 진주중앙고등학교(차윤지·주종훈·이승민)에서 3명이 나왔다.

아래는 ‘약물이 뭐가 문제야? 전문가와 알아보는 허심탄회한 약물 세계’를 주제로 지난 13일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나온 학생들의 질문과 전문가 답변을 정리한 내용이다.

 

차윤지 학생
-차윤지 학생=최근 청소년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봤습니다. 실제 현황은 어떤가요.

▲이송헌 변호사=청소년이 마약범죄에 연루되는 것은 호기심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마약의 유혹을 견디고 건강한 성인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청소년들이 마약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올해 1~2월 마약사범 적발자 중 15세 미만자가 4명, 15~18세가 75명, 19세가 46명으로 19세 이하의 청소년 단속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차윤지 학생=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서 본인이 처방받은 다이어트약이 남아서 판매한다는 글이 더러 보이는데 이런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이송헌 변호사
▲이송헌 변호사=물론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의 수출입, 제조, 매매, 매매 알선, 매매 목적 소지, 소유, 운반, 투약 또는 제공, 마약류 추출의 경우를 처벌합니다. 판매목적 소지 뿐 아니라 단순 소지의 경우에도 처벌받기 때문에 마약류는 근처에도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운반의 경우도 처벌받습니다. 청소년들의 경우 운반책으로 유혹당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어떤 알 수 없는 물건을 건네받으면서 그것을 전달해주면 상당한 정도의 아르바이트비를 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차윤지 학생=실제로 청소년 마약류 사범 처벌 사례를 말씀해 주세요.

▲이송헌 변호사=최근 10대 청소년이 마약 거래에 동원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대체로 청소년들은 심부름꾼으로 활용되는 듯 합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투약하게 되는 경우 당연히 처벌받고 그 처벌수위도 높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마약류를 직접 투약하거나 흡입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단, 청소년에게 ‘던지기 수법’이라고 해서 심부름꾼으로 청소년을 활용하는 경우 청소년들이 처벌받을 위험성이 큽니다. 만 14세 미만자는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겠지만 촉법소년은 그 기록이 그대로 수사기관에 일부 남아있게 됩니다. 또한 14세 이상된 청소년의 경우 처벌을 면하기 어렵고, 그 처벌 역시 성인과 비교해 낮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주종훈 학생=마약류의 종류에 대해 우리 청소년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방소영 약사
▲방소영 약사=마약류에는 아편, 헤로인, 코카인 같은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이 있습니다. 보통 마약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아편, 코카인 같은 마약도 있지만 말기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펜타닐도 마약입니다. 이 펜타닐은 미국 청소년 사망원인 1위일 만큼 아주 위험한 마약입니다. 대마는 일부 국가에서 합법화 되었다는 이야기만 듣고 위험하지 않다고 오해를 많이 하지만 심각한 환각을 일으키고 다른 마약의 중독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나비약이라 불리는 식욕억제제,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잘못 알려진 ADHD 치료제, 시술이나 검사를 할 때 수면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 잠이 안 올 때 복용하는 수면제들도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주종훈 학생
-주종훈 학생=청소년이 성인보다 마약류에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소영 약사=청소년기는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눈에 보이는 신체의 변화만큼 뇌도 급격하게 발달합니다. 한창 변화하는 청소년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중독에 더 취약합니다. 성숙이 아직 진행중인 청소년의 뇌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발달되지 않아 중독에 쉽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마약에 중독되면 뇌조직은 영구적인 변화가 생기고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됩니다. 지능이 떨어지고 호르몬 불균형 등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청소년들이 환각상태에서는 쉽게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난폭한 행동, 공격적인 행동 뿐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게 되기도 합니다.

-주종훈 학생=청소년이 마약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소영 약사=마약에 중독되지 않는 방법은 처음부터 마약을 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나는 의지력이 강해서 중독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호기심으로 ‘한번 해보고 안하면 되지’ 라는 생각도 매우 큰 착각입니다. 최근 액상형태의 대마가 유통되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전자담배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대마에 중독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마약에 중독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마약에 중독되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담배를 피지 않는 것입니다.

 
이승민 학생
-이승민 학생=저희 학교에서 마약류 예방교육을 하고 있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도 교육을 받고 있나요.

▲유동아 교사=경남 전체 초중고 학생들에게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5 및 2022 개정교육과정 범교과 학습주제의 학교 교육과정 반영기준을 보면 ‘7대 안전교육표준안’의 약물 및 사이버 중독 예방교육 총 10시간 중 약물 중독 예방교육을 초등학교에서는 5차시, 중학교에서는 6차시, 고등학교에서는 7차시를 편성해 교육하도록 돼있습니다. 이때 모든 학교에서 마약류 예방교육을 단독으로 2차시 편성해 운영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모든 학교 학생들이 마약류 예방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승민 학생=마약류 예방교육을 초등학생에게 하기에는 많이 어려운 내용 같습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마약류 예방교육 내용의 차이점을 알려주세요.

 
유동아 보건교사
▲유동아 교사=마약류 예방교육이라고 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마약류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법령에 따른 급별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경남교육청에서 제작한 자료집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마약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즉 마약류 예방교육을 체계적이고 일관성이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에도 위계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 수준에 맞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약물의 의미, 약물 오남용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먼저 공부하게 됩니다. 저학년들은 약의 의미와 특성에 대해 배우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올바른 약물 사용법, 약물 오남용의 의미, 약물 오남용의 문제점 및 예방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중학교에서는 실제 학생들이 많이 마시거나 혹은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카페인 및 다이어트 약물 등을 통해 중독성 약물에 대해 배우게 되고, 일상 생활 속에서 중독성 약물의 위험성 및 대처방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본격적으로 마약류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마약류 오남용 실태 및 특성에 대해 배우고 나서 마약류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대처방안까지 배우게 되는거죠.

 
최인용 경남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장

▲최인용 경남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장=경남도교육청은 우리 학생들이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남용 없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연계한 체계적 예방교육과 전문기관 협력 체제 구축,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문화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중독 예방교육은 물론 경남마약퇴치운동본부 및 국립부곡병원, 경남도광역정신복지센터 등과 협력 체계로 유해약물 예방교육 및 치료, 상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찾아가는 청소년 마약류 예방교육 전문강사의 강의 지원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다같이 든든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되도록 경남교육청이 앞장 서겠습니다.

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정만석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