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둡고 길은 적막하다
건장마 시작되는지 구름은 바다로 가고
며칠째 전화는 불통, 개들도 짖지 않는다
태풍의 핵을 걷는 젊은 기상학자여
그대의 평화는 유리그릇처럼 불안하다
누군가 그런 오후를 무참히 깨뜨려다오
화산 폭발하고 용암 쏟아지는
찬란한 파열음, 종말의 아비규환
어차피 천국행 차표는 내 것이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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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이 한쪽으로 밀려나면서
한바탕 소란은 그대의 몫이지만
소통을 거부하고 그냥 떠나셨다.
침묵의 저항은 저 유리잔처럼 고요하지만
언젠가 깨어지면 흉기가 된다
지금! 긴장의 줄은 팽팽하여
여백 속에서도 암살자처럼 날카롭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뇌성이 오가고
터지고 깨어져 통증의 위로라도 해서 벗어나고 싶은 위기
차라리 빗물 속에 가려진 눈물로
조건을 가리지 않는 모성을 기대하고 싶은 시간이다.
휘몰아치는 것들의 중심. 태풍의 눈
업경대(業鏡臺) 앞의 모습이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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