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책과 문화를 내려 놓는 사람들
[시민기자]책과 문화를 내려 놓는 사람들
  • 경남일보
  • 승인 2024.05.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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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활성화 예산 전액 삭감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이중고’
오늘날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비롯하여 북토크쇼, 공예체험, 북마켓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명실상부한 우리 동네의 문화사랑방이다.

문산읍에 위치한 ‘보틀북스’는 경남 권역에서 최초로 동네서점 스탬프 투어를 개최하였고, 지방에서 보기 어려운 베스트셀러 저자를 초청해 북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대표적으로 조해진 소설가, 김초엽 소설가, 김금희 소설가, 김혼비 에세이스트, 고명재 시인 등이 방문했었는데, 본 북토크쇼에 참가한 한 지역민은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의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행사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이 전액 삭감됨에 따라 서점을 비롯한 생활문화시설에서의 문화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되었다.

보틀북스 또한 올해 예정되어있던 여러 프로젝트를 취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는 즐길 문화거리가 없다’, ‘유명 저자를 만나거나 책 관련 행사를 참여하려 수도권으로 간다’라는 말을 듣고 취소된 일부 행사를 재개하기로 하였다. 다만 지원예산이 없어서 초청사례비를 비롯한 행사 비용을 참가자들과 분담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러다 보니 참가자들은 저마다 문화비에 부담을 느껴 문화를 향유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한 노력은 곧 문화 다양성의 저해와 연결되었다. 행사의 규모와 빈도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내용도 빈약해졌다. 진주까지 하루를 시간 내 방문한 유명 작가나 예술가의 노고에 대한 보상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간에 대한 보상은 말할 것도 없다.

7여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며 여러 일을 겪었지만, 최근처럼 안타까움이 일상 곳곳에서 목격되는 경우는 드물다.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2만원 남짓한 책값을 보고선 책을 내려놓는 손님을 보았다. 소설책을 사 읽느니 문제집 한 권을 더 사기로 결정한 학생을 보았다.

아이 간식비를 위해 자신의 취미인 독서를 내려놓는 엄마를 만났다.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책이며 문화행사는 다 사치라며 한탄하는 청년을 만났다.

책이 주는 힘을, 예술이 주는 감동을, 문화가 주는 원동력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

다만 돈이 없어서 한없이 내려놓기만 할 뿐이었다.

채도운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보틀북스에는 언제의 여러분들의 자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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