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얼차려
[천왕봉]얼차려
  • 경남일보
  • 승인 2024.05.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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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트라우마처럼 기억되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완전군장’ ‘원산폭격’ ‘목봉체조’ 같은 군대식 용어다. 제대한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훈련소 재 입대’ 악몽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술자리 우스갯소리처럼 하지만 내면 깊숙이 남아있는 마음의 상처는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옛날 군대에서 행해졌던 ‘얼차려’의 아픈 추억은 세월조차 비켜가지 못할 정도로 애증이 깊다.

▶현재 ‘얼차려’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군기훈련’이다. 2020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군기훈련’제도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훈육지도 용도로 사용하도록 권한과 목적도 명시하고 있다. 가혹행위에 비하면 군기훈련은 정당성과 준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계가 모호해 가혹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5일 훈련 중 순직한 육군 훈련병은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갓 입소한 훈련병에게 규정에 어긋난 혹독한 얼차려를 강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 규정도 지키지 않고 옛날 군대서나 볼 법한 일이 요즘 같은 시대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가 바뀌면 ‘강한 군대’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현대전의 첨단 무기체계는 뛰어난 전문성과 용기를 갖춘 수준 높은 전투원을 요구한다. 첨단 전쟁을 수행하려면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병사가 필요하다. 가학적 인간성에 기초한 잘못된 병영문화는 악습이다. ‘강한군대’의 핵심은 인력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점 기억하기 바란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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