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한국판 나사, 한국판 툴루즈
[현장칼럼]한국판 나사, 한국판 툴루즈
  • 경남일보
  • 승인 2024.06.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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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주항공청이 사천에서 개청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22년 3월 3일 사천 유세에서 ‘카이가 있는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한 지 2년 2개월만이다.

개청까진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지난해 4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넘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풍에 돛단 듯 추진될 줄 알았다.

하지만 국회란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전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대와 몽니는 혀를 차게 만들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간사는 정부의 특별법에 반하는 대체 법안을 냈고, 사천 설립을 막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하며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이러다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급기야 경남도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고, 지난 1월 9일 특별법이 국회로 넘어간 지 9개월 만에 통과되면서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이란 결실을 맺었다.

흔히들 우주항공청(KASA)을 한국판 나사(NASA)라 부른다. 나사는 1958년 발족됐다. 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항공우주국 나사를 만들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케네디 우주센터와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 등 전국 10여 곳에 산하시설이 있다. 이곳은 1만7000여 명의 인력에 예산 규모만 180조 원에 달한다. 우주 계획 및 장기적인 일반 항공 연구 등을 실행하고 있는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우주항공 국가 기관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우주항공청이 나사의 길을 가려한다. 비록 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사를 모델로 삼아 대한민국 우주 개발 역사를 새로 쓰는 출발점으로 삼고,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면 된다. 세계 7번째 우주강국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을, 미국 등 앞선 국가들을 추격하면서 신흥국들의 추격을 뿌리치는 컨트롤 타워 역할만으로도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나아가 세계 5대 우주강국으로의 도약과 2032년 달 탐사선 착륙,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반드시 실현해야 하고 그 중심에 우주항공청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주항공청은 미래를 위해 날아올랐다. 대한민국 우주항공수도 사천시도 그에 걸맞은 변화와 철저한 준비가 절실해 보인다. 제철산업이 포항을, 조선 산업이 울산을 먹여 살린 것처럼, 우주항공청 설립을 사천의 100년 먹거리와 폭발적인 성장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사천시는 첨단 우주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세계 우수 인재들이 모여드는 ‘프랑스의 툴루즈’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는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과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다행스런 것은 이 지역 서천호 국회의원이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및 개발 특별법’을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 했다는 점이다. 이 법안은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사천과 인근 지역을 우주항공복합도시로 조성하고, 이에 필요한 특례 제공, 교육 및 연구기관 지원, 투자진흥지구 지정 및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 및 자금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다. 반드시 신속하게 통과돼야 할 법안이다. 이럴 경우 사천시는 자족·교육도시로서의 역할은 물론 우수 연구 인력과 기업 유치, 정주 여건을 모두 갖춘 ‘한국판 툴루즈’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성공은 준비된 자의 몫이라 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경남도와 사천시, 정치권의 긴밀한 협력과 강한 추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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