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형 진주예하초등학교 교사
왜 그랬을까, 괜찮으려나. 하루의 끝, 소파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실 때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걱정,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속을 태움. 흔히들 이야기한다. 생각보다 걱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 하지 마, 괜찮아!” 나도 종종 지인들이 걱정하는 말을 할 때면 이렇게 대답을 하곤 한다. 거짓으로 다독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봤을 때 정말로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은 이렇게 다독이면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남을 다독이는 나를 스스로 되돌아보면, 걱정은 자신에게 찾아왔을 때 진짜 걱정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진짜 걱정이 되는 순간, 걱정이 불안한 감정을 만나게 되는 것까지도.
학교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특히 학교가 학생들과 함께 하는 곳이기에 학생들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학교 밖 체험활동이나 대회 참가가 있는 날이 되면 걱정 수치는 높이 올라간다. 전날 최고조에 이르러 말도 안 되는 꿈까지 꾸기도 한다. 그 꿈이 현실이 된 적은 없다.
올해 예하초등학교로 학교를 옮겼다. 어느 학교보다 다양한 교육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 학교, 우리 학교에는 특별한 시간이 있었다. 바로 ‘예하수다’라는 동료교사들과의 소통 시간이다. 학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고민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료교사들과의 이 시간이 나의 걱정에 대한 처방전이 내려지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마음의 다독임을 떠나 실제로 걱정에 대한 객관적 해결책까지. 교육경력을 떠나 같은 주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시간, 시간을 가치있게 쓴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걱정도 ‘정’인가. 잊을만하면 떠오르고 의도치 않지만 못 보면 허전한 것을 보면. 걱정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걱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빠를 수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방법 하나를 찾았다. 동료교사와의 예하수다. 그들과 함께이기에 나는 걱정을 ‘정’으로, 동료교사들과의 ‘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바로 이 학교, 어디? 예하초등학교에서.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