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門化光’ 짝퉁 현판을 바꾸자
[객원칼럼] ‘門化光’ 짝퉁 현판을 바꾸자
  • 경남일보
  • 승인 2024.06.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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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짝퉁은 고급 명품을 본떠 만든 모조품이다. 명품 상표를 달았지만 진짜는 아니다. 회색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다. 짝퉁은 모조품일 뿐, 세월이 흐른다고 진품이 되지 않는다.

광화문은 1395년(태조 4년)에 경복궁의 정문으로 세웠고, 그때는 사정문(四正門)이었으나 1425년(세종 7년)에 광화문(光化門)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광화는 ‘왕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처음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고, 한참 세월이 흐른 고종 때 1865년에 복원됐다. 그 뒤 일제 강점기 때에 조선총독부 청사에 밀려, 광화문은 중심축이 틀어지고 자리도 옮겨져 원래 모습이 왜곡된 채 있었다. 일제 때 세워진 광화문은 6·25 한국전쟁 때 다락이 불탔다. 우리 역사의 굴곡만큼이나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그러다가 1968년 박정희 대통령 때 아래 석축은 그대로 두고 윗부분만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다시 세웠다. 이때 박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달렸다. 이런 역사를 거치면서 광화문은 위치와 각도가 달라진 채 있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으로 광화문을 고종 때의 것으로 복원하기로 하였고, 2010년 지금으로 치면 현장소장이었던 임태영이 쓴 한자 글자를 복제한 현판(흰 바탕에 검은 한자)을 달았다. 그때 달았던 현판은 몇 달 뒤 갈라지고, 이어 엉터리 복원이었다는 자료가 나오면서 2023년 지금 현판(검은 바탕에 금색 한자)을 달았다. 현판을 달려고 할 때마다 한글 현판으로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문화재청(지금은 국가유산청)은 한자로 밀어붙였다. 잘못 복원하여 다시 달게 되었음에도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지도 않았다.

문화재가 가치 있는 이유는 진품으로 그 시대의 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옛것을 복원하는 사업을 계획할 때 깊이 생각해야 한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이 시대에 모조품을 만드는 게 무슨 뜻이 있을까?

현재 한자 현판에서 어떤 기품을, 시대 혼을 느낄 수 없다. 모조품에서 기대할 수 없다. 이런 현판이 100년, 500년 흐르면 문화재로서 가치가 생길까? 아니다. 짝퉁은 짝퉁일 뿐이다. 짝퉁이 갖는 한계다. 지금 우리 시대의 문화를 담아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를 사는 삶의 흔적이 세월이 흘러 가치 있는 문화재가 된다.

광화문은 현대에 현대기술과 현대 재료로 지은 현대 건물이다. 그 건물에 다는 현판도 현재 우리 시대의 글자를 담아야 한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세월이 흐르면 문화재가 될 것이다.

광화문은 서울, 나아가 한국을 상징하는 곳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나는 한자 현판, 참 부끄럽다. 지식재산권 제도 관련 국제행사가 자주 있다. 외국인이 서울에 오면 광화문 광장 주변을 구경시켜 준다. 외국인이 광화문 현판을 보면서 ‘너희 글자는 한글이라면서?’ 이 말에 참 낯 뜨겁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27돌 세종대왕 나신 날’을 하루 앞둔 14일 경복궁 수정전 앞에서 열린 ‘세종 이도 탄신 하례연’ 기념사에서 “광화문 (현판)이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한글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는 것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 한국을 대표하는 곳에 한자 현판이 달려 한국민을 낯 뜨겁게 만들고, 이 시대를 담지 못한 짝퉁 현판이라 먼 세월 뒤 문화재로 가치가 생길 것 같지 않다. 얼른 한글 현판으로 바꿔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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