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숨은 영웅들]진주 출신 103세 문봉화 씨
[6·25전쟁 숨은 영웅들]진주 출신 103세 문봉화 씨
  • 정웅교
  • 승인 2024.06.13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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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경남서부보훈지청 공동기획
“영하 35도, 정비도 보급도 쉽지 않았어”
“무더운 날씨, 강추위 속 수송·정비 쉽지 않았다.”

1922년 진주에서 태어나 올해 103세인 문봉화 씨가 6·25 전쟁 중 맡은 업무를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대학교를 다니던 중 전쟁이 발생하면서 한 여름에 강원도로 입대를 하게 됐다. 그는 “96일간 훈련을 받는데 소금물을 마셔도, 대부분 훈련병들이 일사병에 걸렸다”고 전했다.

이어진 전쟁에 부산으로 배치를 받았고, 훈련은 지속됐다는 그는 “훈련 중 정신이 너무 없어서 배가 고픈지도 몰랐지. 12월 훈련이었는데 낙동강 근처에서 웃통을 벗고 구보도 하고, 물에 들어가기도 했지”라며 생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훈련을 받은 후 전투를 위한 정비·수송업무를 담당한 그는 날씨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도 떠올렸다. “차량 정비뿐만 아니라 보급도 보냈어야 했다. 영하 35도에서 직접 갔다 오게 됐는데, 얼지 말라고 부동액을 넣었는데도 얼어버렸어. 물을 끓여서 넣어도 얼어버렸지” 강추위 속에서 수송 업무에도 차질을 빚었고, 허리까지 쌓인 눈을 뚫고 수송하는 업무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직접 총을 들고 전쟁터로 뛰어들진 않았지만 더위 속에서 차량 정비를 할 때 엔진의 열과 함께 견디며 수리를 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전쟁 이후에도 그에게는 더 전쟁터 같았다. “전쟁이 끝난 게 아니였다. 같은 곳에서 일했던 동료들이 지뢰를 찾으러 가다가 많이 죽었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투입된 후 지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다. 그리고 새로운 군부대 형성을 한 가운데 인력이 부족해 전역자를 다시 불러 들였다. 그도 다시 군부대로 가 수송반장, 정비반장을 맡으면서 훈련을 위한 일을 했다.

상처만을 남기는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에서도 갈등으로 싸우는 것보다 서로 올바른 경쟁을 통해 올라가야지 남을 짓밟으려고 하는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서로 성장하기 위한 경쟁은 필요하지만, 상처가 되는 경쟁은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보훈정책에 대해서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이제 그냥 앞으로 세상이 더 밝게 바뀌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며 “인식 개선과 세상을 바꿔나갈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것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청년들에게 “그냥 흘러 가는대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뜻과 목표를 가지고 내 이름으로 무엇을 남기자는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며, 선대가 지켜낸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비춰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리=정웅교기자

 
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기자단 송민황 기자가 6.25참전용사인 문봉화 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경남서부보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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