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대통령과 여당 대표
[현장칼럼]대통령과 여당 대표
  • 이용구
  • 승인 2024.06.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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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서울취재본부
이용구기자


지난 2022년 5월 대한민국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돌입했다. 그렇지만 최근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 지표는 20~30%대 수준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10 총선에서도 여당은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도 당정의 한 축인 국민의힘은 한가로울 만큼 ‘야당 탓’만 외치며 겉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곧 다가올 차기 당권을 놓고도 숨어서 ‘친윤·비윤’만 외쳐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2년 동안 이준석 대표, 주호영 비대위원장, 정진석 비대위원장, 김기현 대표, 한동훈 비대위원장,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까지 6명이 돌아가며 당 대표를 맡고 있다. 위급한 상황 때마다 당대표가 무너지고, 지도부가 줄줄이 사퇴하니 그때마다 비대위로 가서 매번 전당대회를 하고 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기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설’에 당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도 여론의 틈새를 비집고 있고, 때론 SNS를 이용해 잊혀져 가는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 전 위원장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의 입에서도 민심이 원하면 등판할 수 있다는 언급이 종종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 ‘한동훈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장동혁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거론하며 민심이 부를 때 거부할 수 없는 게 정치라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에 군불을 지폈다. 아울러 한 전 위원장의 패배 책임론에도 ‘결과론적 해석’이라며 편을 들었다. 물론 총선 패배 책임론을 부각하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한동훈 등판설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인사들도 적잖다.

그렇지만 이제는 국민의힘 당대표는 한동훈 전 위원장으로 시선이 쏠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의 관계 정렬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졸병’ 노릇이나 하는 형식의 관행이 이어진다면 어쩌면 7월 7번째 당대표 선출에 이어, 수개월 내 8번째 당대표 선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찌 됐든 윤 정부는 지지율 반등에 대해 갈림길에 서 있다. 이때 집권 여당이 ‘국정에 힘 실어주기냐, 권력 재편성이냐’를 놓고 저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의 대표를 새롭게 선출해도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저마다 환골탈태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부터 이렇게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엄중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 국정 기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여당의 힘을 빌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당대표만 새롭게 선출하는데 몰입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사들도 바꾸는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여당 대표는 행정부의 동반자일뿐 행정부를 이끌어가는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장관이나 수석의 ‘꽃길’만을 보장하지 말고, 밖에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유능한 참모를 발굴해 곁에 두고 국민의 안위를 맡겨주는 것도 큰 몫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돼 있지 않다. ‘당정일치와 책임정치’라는 명분 아래 대통령의 뜻을 여당은 무조건 당론으로 채택해야 하는 악습이 있다. 여당은 맹목적으로 정부를 지지하는 경우, 행정 독재만 키워줄 뿐이다. 조만간 새롭게 선출될 여당의 대표는 ‘당정일치’라는 ‘관습’을 잘 해석해야 할 것이다. 반면 여당의 자율성이 지나쳐 국정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파괴하는 극단적인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과정이 아름다워야 빛을 낼 수 있다. ‘공정과 상식’의 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폭풍을 헤치며 순항할 수 있는 ‘윤심’의 여당 대표를 새롭게 만나 손잡고 순항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국민의 힘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표는 민주주의의 근간과 정당사가 훼손되지 않게 선출돼 윤 대통령의 국정에 힘을 보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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