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키움교실 활성화 위한 사제동행 문화탐방]고등학생(상)
[꿈키움교실 활성화 위한 사제동행 문화탐방]고등학생(상)
  • 김성찬
  • 승인 2024.06.2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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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그 속에서 마주한 통한의 역사
경남일보가 주최하고 경상남도교육청이 후원한 ‘2024 꿈키움 교실 활성화를 위한 사제동행 문화탐방’이 지난 5월과 6월에 걸쳐 도내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일본 큐슈지방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번 국외 문화탐방에 참여한 교사와 학생들은 일본 오무타시(市) 아마기 공원에 세워진 한국인 징용 희생자 위령비를 비롯해 타가와시(市) 소재 징용희생자 위령비, 나가사키시(市)에 있는 군함도(군칸지마)와 원폭 자료관 및 평화기념공원, 한국인 위령비 등을 찾아 질곡의 한국 근대 역사 현장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아울러 아소시(市)에서는 아소활화산 분화구가 보이는 대관봉을 견학하기도 하고, 시마바라의 미즈나시혼진 화산 피해마을, 쿠마모토성(城), 히타시(市) 마메다마치 거리, 운젠시(市) 지옥계곡 등의 명소도 방문해 일본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에 본보는 이번 사제동행 문화탐방 내용을 고등학생 편과 중학생 편으로 나눠 각각 상·하 총 4번에 걸쳐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조재경 김해가야고 2학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2024 꿈키움 교실 활성화를 위한 사제동행 문화탐방’의 안내 역할을 맡은 김해가야고 2학년 조재경입니다. 참가 학생들을 대표해 이번 일본 문화탐방 여정을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게 돼 정말정말 영광이에요. 두서없는 글이지만 예쁘게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저희들의 3박4일을 함께할 준비되셨나요? 제가 입은 유카타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 탐방지는 일본입니다. 자 그럼 비행기 이륙합니다. 다들 안전벨트 꽉 매 주세요.
 
저희 일행의 첫 방문지는 오무타시(市)에 위치한 ‘미이케 탄광’입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유산인 동시에 조선인 강제징용이 자행된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 ‘강제징용’ 그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에 서다

비행기 안에서 잠깐 졸았나 싶었는데 벌써 후쿠오카 공항이네요. 거의 제주도 가는 비행시간이랑 비슷해요. 일본이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아무튼 별 탈 없이 저희 일행 모두는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2대의 버스에 나눠 탔습니다. 벌써부터 공기가 다르네요. 자! 저희들의 첫 목적지는 오무타시(市)에 위치한 근대화 산업 유산인 ‘미이케 탄광 미야하라 갱’입니다. 이곳은 일본인에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의 유산이지만 우리 한국인에게는 조선인 강제징용이 자행된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미이케 탄광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미쓰이그룹이 운영했던 탄광 중 가장 큰 곳이었는데 당시 조선인 4700여명이 강제 동원돼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흔적만 남은 탄광의 외부와 갱 내부를 돌아보며 당시를 상상해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타역만리 외국 땅에서 고된 노역에 동원된 우리 선조들의 땀과 한, 설움이 배인 곳이라고 생각하니 그 예쁜 일본 시골의 풍경도 갑작스레 우중충해 보이더라고요.

처음의 달뜬 기분 대신 다소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저희들은 근처 아마기 공원 안에 있는 미이케 탄광 조선인 징용 희생자 위령비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앞선 미이케 탄광에 강제로 징용돼 가혹한 노역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 선조들의 넋을 위로하는 곳입니다. 저희 일행 모두는 미리 준비한 꽃을 헌화하고 위령비 앞에 모여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위령비를 떠나며 가이드 선생님에게 비문에 적힌 내용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본 땅에서 운명을 같이 해온 동포들이여, 여기에 있어. 고인들의 넋에게 위로의 정을 담아, 이 비를 세우노니. 이로서 지난날의 불행이 다시는 없기를. 애처로운 영령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여기가 아소산 대관봉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분화구 중 하나라는데 그 직경만 30㎞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곳은 우유 생산지로도 유명한데 그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맛이 일품이였어요.
◇ 일본의 경관에 흠뻑 매료되다

첫째 날 저녁은 아소의 한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해외여행이라 긴장이 많이 됐는지 정말 꿀잠을 잤지 뭐에요. 이튿날의 첫번 째 탐방지는 바로 아소산(山) 대관봉입니다. 맛있는 호텔 조식을 먹고 버스에 타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서 마침내 도착한 대관봉. 마치 우리나라 대관령을 닮은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분화구 중 하나입니다. 그 직경만 30㎞에 이른다고 하니 상상이 가시나요. 버스에서 내려 그 거대한 분화구를 발아래 두니 마치 제가 이 세상의 꼭대기에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대분화구 바깥은 용암이 흘러넘쳐 형성된 고원지대인데 아까 말씀드린대로 우리나라 대관령과 비슷해 목장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유 생산지로도 유명한데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길을 ‘밀크 로드’라고도 부른다고 해요. 특히 아소 일대는 멋진 풍경 덕에 일본 오토바이 라이더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들이 갔을때도 많은 오토바이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요.

대관봉은 나선 저희들은 후쿠오카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유후인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에는 호숫가 일부에서 온천과 청수가 솟아나는 신기한 호수 ‘긴린코(金鱗湖)’를 만날 수 있는데요. 호수 안 물고기 비늘이 석양에 반짝이는 것을 보고 ‘금(金) 비늘(鱗) 호수’라는 뜻을 담아 이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자그마한 호수를 둘러본 저희들은 근처 민예촌 거리를 견학했습니다. 여기는 운치있는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 상점들이 즐비한 곳인데 하나같이 다들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예쁘던지. 먹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서 참느라 혼났어요.

뜨거운 일본 뙤약볕을 견디며 구경을 마친 저희들은 다음 일정지인 벳부시(市)으로 이동했습니다. 기왕 벳부에 왔으니 지역의 명물 ‘로프웨이’는 한 번 타봐야겠죠? 이 로프웨이는 벳푸 코겐역에서 츠루미산조역(驛)을 잇는 1816m 길이의 케이블카 노선인데, 10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면 벳부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벳부의 명물 로프웨이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니 벳부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랄까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와 선선한 바람 덕분에 기분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방문지는 90도의 온천수가 뿜어내는 증기로 밥을 지어 신전에 바쳤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온천, ‘가마도 지옥’입니다. ‘지옥’이라는 명칭은 100도에 가까운 고온의 간헐천이 펄펄 끓는 모습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점토가 녹아내려 다갈색의 빛을 띄는 간헐천과 코발트 블루 색깔의 푸른 간헐천 등 여러 가지 형태로 형성된 다양한 ‘지옥’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족욕 체험도 한 저희들은 이 곳 온천수로 삶은 달걀과 소다향이 나는 일본 사이다 ‘라무네’로 입가심도 했답니다. (사실 라무네를 처음 봤는데 주둥이 아래 잘록한 병목과 병 속에 구슬이 들어있는 독특한 형태의 탄산음료더라고요. 뚜껑 따는 방법은 비밀이에요. 직접 해보셔야 아실 수 있답니다. ㅎㅎ.)
 
여기가 ‘가마도 지옥’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점토가 녹아내려 다갈색의 빛을 띄는 간헐천과 코발트 블루 색깔의 푸른 간헐천 등 여러 형태로 형성된 다양한 ‘지옥’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산내서여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가마도 지옥에서 코발트 빛 간헐천을 배경으로 한 컷. 뜨거운 증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시죠? 선생님과 친구들 손에 들려 있는 병이 ‘라무네’에요.
◇ 아픈 역사,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3일차 일정은 타가와시(市) 석탄박물관과, 석탄 기념공원입니다. 타가와 지역은 후쿠오카 최대 석탄 생산지여서 일본은 석탄 생산과 산업근대화를 자랑하기 위해 석탄박물관을 세웠다고 해요. 일본의 아소 다로 전 총리 집안은 탄광사업으로 유명한데 이 아소 집안이 일제강점기 때 후쿠오카에서 아소탄광을 운영하며 조선인을 강제 징용했다고 합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석탄 생산의 역사에는 조선인의 한이 서려 있는 셈이죠. 이 석탄박물관 뒷편에는 높은 2개의 굴뚝이 있고, 그 뒤편 언덕에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가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 모두는 위령비 앞에 모여 머리를 조아리며 예전의 아픈 역사를 또한번 상기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으로 불면의 밤을 보냈을 당시를 떠올리면 끔찍하기 그지 없습니다. 위령비 측면에 한문으로 적힌 위령시(詩)를 잠깐 소개해드릴게요.

‘대한에서 태어나 이국에서 돌아가셨으니/ 무수한 원혼들 누구인들 원통하고 애석하지 않으랴/ 여기에 동포들이 비석을 세우고 사적을 기록하니/ 밝고 밝은 영령들이시여. 바라건대 여기 임하시오소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때의 감정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역사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기념하는 일’이라고 배웠습니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저희들은 꼭 기억할 것입니다.



◇ 일본 문화탐방을 마무리하며

3박4일의 일정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습니다. 미처 다 소개해 드리지 못했지만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작가 고향에 세워진 ‘진격의 거인 박물관’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무나가타 신사의 총본산 격인 ‘무나가타 대사’, 그리고 황홀한 일몰 풍경을 자랑하는 셀카의 핫스팟 ‘미야지다케 신사’까지 참 많은 곳을 찾아가 보고, 듣고, 배우고, 느꼈던 일정이었습니다.

막연히 이웃나라 일본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곳이 왜 ‘가깝고도 먼 곳’이라고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노동력 보충을 위해 조선인을 강제노동에 동원했고, 100만명이 넘는 우리 선조들이 일본의 탄광과 광산, 군수공장 등지에서 가혹한 노동조건 아래 혹사를 당했다는 사실이 그저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역사는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해줬던 의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3박4일. 결코 짧지 않았던 여정이었습니다. 저희들에게 평생 남을 소중한 기억들을 선물해 준 경남도교육청과 경남일보, 그리고 같이 동행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주제넘으나마 참가 학생을 대표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학업에 매진토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제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볼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 본 기사는 ‘꿈키움교실 사제동행 문화탐방’에 참여한 조재경 김해가야고등학교 학생의 여행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여기는 미이케 탄광 근처 아마기 공원 안에 있는 미이케 탄광 조선인 징용 희생자 위령비입니다. 탄광에 강제로 끌려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선조들의 넋을 기리고 위로하는 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무나가타 신사의 총본산 격인 ‘무나가타 대사’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비가 약간 내리는 날씨 때문인지 신사가 더 고즈넉해 보였어요. 우리나라 사찰과는 풍경들이 많이 달라서 새로웠어요.
타가와시(市) 석탄박물관과, 석탄 기념공원을 찾았습니다. 이 석탄박물관 뒤편에는 높은 2개의 굴뚝이 있고, 그 뒤편 언덕에 ‘한국인징용희생자위령비’가 있었습니다.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석탄박물관 뒷편에 자리잡은 ‘한국인 징용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습니다. 저희들의 작은 정성이지만 부디 조금이나마 돌아가신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이번 3박4일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미야지다케 신사’의 입구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쭉 뻗은 도로 끝이 바다랍니다. 이 멋진 풍경 덕에 셀카 핫스팟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네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많이 아쉬워요. 결코 짧지 않았던 3박4일 여정을 저희들에게 선물해 준 많은 분들께 제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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