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존댓말과 예사말의 평준화?
icon 이창덕
icon 2016-09-02 20:30:46  |  icon 조회: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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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시대여서 어제도 옛날이라지만 그런 옛날보다는 약간 더 오래 전인 옛날에도 ‘아버님 머리님에 검불님이 붙으셨습니다.’라는 농담이 있었다는데 아마도 오늘날에는 그때보다 존댓말의 남발이 더욱 발전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총합계는 10만이 되세요.”라고 말했을 때 그건 필요 이상의 존댓말이라고 내가 한번 말해보았더니 그는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의사가 진료중인 환자를 존중하니까 환자의 신체부위도 존중해서 ‘머리가 아프시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침이 나시면...’이라고 말하는 것은 병의 증세도 존중하는 것이어서 존댓말의 남발이며, ‘공원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운동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외국분도... ’와 같이 자신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삼자에 대한 존댓말도 그렇다고 하니까 그는 그런 말이 통상적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말이 모두 그런 식인데 내가 쓸데없이 간섭을 한 셈이어서 그는 ‘뭐가 어때서?’라고 반박할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대학교수는 대중 가요사(歌謠史)를 설명하며 수십 년 전에 이미 고인이 된 한 유명 여가수를 ‘그녀’라고 지칭했다. 이것은 존댓말의 남발과는 좀 다른 경우가 되는 것이다. 그 가수의 전성기에는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현재의 경우와는 달랐고 이름 대신의 예명(藝名)에 ‘여자 아이’라는 뜻의 ‘양(孃)’을 붙여서 불렀으니까 그런 관습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는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시 서양 말에서는 ‘그녀’라는 호칭을 대통령에게도 쓸 수 있다니까 그럴 수도 있는 것인가?
여하튼 존댓말이 파괴되었거나 예삿말과 뒤범벅이 되었다 해도 자신의 조상에 대한 이런 말투를 아무 느낌 없이 들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니 아직은 ‘그녀’보다는 ‘그분’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어감을 좋게 한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서양 말에 존댓말이 전연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2016-09-02 2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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