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의 선택, 현실 압박에 실리 선택
경상대의 선택, 현실 압박에 실리 선택
  • 임명진
  • 승인 201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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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직선제 폐지키로…교수회장은 사퇴 선언

경상대학교가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9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이라는 대학 구성원의 여론을 이끌어 냈다.

경상대학교는 1990년 제4대 빈영호 총장 선출 때부터 총장 직선제로 줄곧 대학 수장을 뽑아왔다.

그런 선출방식을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22년 만에 바꾸기로 한 것이다.

투표 결과는 총 유권자 1236명 중 984명이 투표에 참여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여 총장선출제도를 개선한다’는 찬반 투표에 찬성 92.66%, 반대 7.34%(환산득표율)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로 결의했다.

이로써 도내 4개 국립대는 모두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게 됐다.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2단계를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국립대학의 총장 직선제 개선 여부를 핵심평가지표로 올해부터 대학 평가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 절반이 훨씬 넘는 전국의 국립대가 속속 직선제 폐지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재학생 수 1만 명이 넘는 대형 국립대인 지역 거점 국립대는 교수회의 강한 반발로 직선제 폐지를 놓고 대학 본부와 진통을 겪고 있다. 경상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90%넘는 찬성’ 의 의미

경상대 교수회는 27~29일 시행된 온라인 투표에 앞서 대학본부가 주관하는 이번 투표는 결과가 어떠하든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대학 본부가 진행한 이번 투표 결과도 속단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경상대 교수회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총장직선제에 대한 긴급 이메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401명의 교수 중 직선제 유지 297명(74%), 폐지 98명(24.5%), 기권·보류 6명(1.5%)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또 같은 시기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불신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유효투표수 629명 중 찬성 576명(91.57%), 반대 53명(8.43%)으로 불신임을 가결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경상대학교 본부는 권순기 총장을 위시한 보직교수들이 단대별 설명회를 갖는 등 대학 구성원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펼쳤다. 이번 투표 결과는 교수회의 여론 조사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투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찬성비율이 높을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교수회의 반대 속에도 압도적인 찬성 비율이 나옴으로써 대학 본부의 추진력이 탄력을 받게 됐다. 경상대는 이번 투표결과로 조속히 교과부와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경상대학교의 9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 비율은 타 대학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교수회장 전격 사퇴…권순기 총장 “리더십 보일 때”

지난 25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권순기 총장은 취임 후 첫 당면한 대학 현안을 극복해 내면서 리더십을 보였다. 권 총장은 이번 투표에 앞서 담화문과 호소문을 통해 대학 구성원 설득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상대 교수사회를 비롯한 구성원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준 데는 대학의 미래를 염려한 애교심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교수회는 대학 본부가 주관하는 이번 투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사전에 못 박았다. 교수회는 “총장직선제 유지는 권순기 총장의 주요 공약으로 총장직선제 폐지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워 구성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는데, 직선제로 뽑힌 총장이 직선제를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경상대학교 이전 교수회장은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이전 교수회장은 “다음 주께 교수평의원회를 열어 추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과부가 구조조정을 앞세워 학내에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직선제는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의 상징으로 폐지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교수회는 이번 투표 결과를 학교를 먼저 생각한 교수들의 뜻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수회 관계자는 “교과부가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를 대학 구조조정으로 밀어붙였고, 대학본부도 대학이 살아야 한다고 홍보하면서 교수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이 일단 학교가 구조 조정부터 면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이번은 총장직선제였지만 다음은 교과부가 임명한 관료가 총장이 될 수도 있고, 또 국립대가 법인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보면 심정적으로는 교수사회의 결정을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을 앞세운 교과부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교수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결과는 도출됐다.

권 총장은 이날 투표 결과와 관련해 “대학발전의 견인차인 교수회와 동반자 관계를 이어가면서 경상대학교가 어떤 경우에도 대학의 자율성을 위협받지 않을 만큼의 위상과 역량을 가진 반듯한 대학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겠다”는 담화문을 냈다. 지금 경상대학교는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 권 총장의 리더십이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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