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열린칼럼
행복한 수업을 위하여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4.03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출근할 때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마음이 여유로운 퇴근길에 차창을 내다보니 활짝 핀 진달래, 개나리꽃이 눈부시다. 산을 오를 때는 보지 못했던 야생초를 내려올 때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분주한 일과 속에 무심코 지나쳐버린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지난 3월을 가만히 되돌아본다. 올 한 해 동안 추진할 각종 업무계획들을 세우고 공문을 작성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는데 어느 새 온 산야에 꽃들이 만개하는 4월이 되었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공부에 전념하도록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바른 학습태도와 생활습관이 정착될 수 있게 유심히 관찰하며 때에 맞춰 지도를 해주어야 한다. 듣기 싫어하는 친구의 별명을 부르거나 거친 말을 하는 아이의 언어습관을 고쳐주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사소한 것을 일일이 고자질하거나 친구와 다투는 아이, 숙제를 해오지도 않고 심지어 교과서와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으며 수업시간에 딴전을 피우는 아이들의 행동을 바로잡아 주느라 때로는 가슴이 타다 못해 숯덩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습관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4학년인데 구구단을 못 외우는 아이에게 곱셈과 나눗셈을 지도하려면 먼저 수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켜야 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할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저학년 때 기초를 다져두지 않으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다. 단위시간에 도달해야 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다음 학습으로 넘어가는 횟수가 많아지면 학습결손이 누적되어 부진아가 생긴다. 아이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위시간의 수업이 제대로 이뤄져서 모든 학생이 학습목표에 도달해야만 한다. 교사가 제 아무리 목청을 높여 가며 최선을 다한다 해도 아이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학부모의 협조가 없으면 완전학습이 어렵다.  

 지난주 어느 모임에서 학급이 많은 도시학교에 업무를 전담할 교사를 배치할 계획이 있다는 소식이 거론되자 그 말의 진위를 가리기도 전에 농어촌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40학급이 넘는 학교에서는 한 교사의 업무가 한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소규모 학교에서는 대규모 학교의 교사 네명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한 사람이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사가 잡무에 시달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방과 후에 교재연구를 하며 다음날의 수업준비를 잘해야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기 초 중요한 시기에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을 만큼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교사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수업을 하기가 어렵다. 

 4월에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다 함께 건강한 심신으로 즐겁게 가르치고 배우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서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도 보고, 교정의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새소리와 꽃들의 속삭임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자.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으며 힘들어했던 민정이, 감기에 걸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야위어진 은서. 저마다의 고민과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 했을 우리 반 아이들 얼굴에 겨우내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난 매화처럼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길 빌어본다.

/서외남·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