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회적 협의기구 만들자
학교폭력, 사회적 협의기구 만들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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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객원논설위원·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오는 26일 식생활교육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대책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식생활교육 국민네트워크가 주관하는 행사다. 세 개의 주제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 심포지엄은 우선 학교폭력 실태에 대한 진단을 먼저 하고, 두 번째로 식생활교육과 아동의 인성발달에 대해 녹색 식생활교육이 아이들의 인성발달에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대학교수와 현장 교사의 입을 통해 입증하고는, 끝으로 바람직한 식생활교육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 것이 그 주제가 되고 있다. 패스트푸드로 알려진 문제 많은 먹을거리를 우리의 전통음식과 녹색 식생활로 바꾸어서 아이들의 인성을 순화시키자는 그 분들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온나라가 이렇게 긴 시간을 걱정하고 있지만 며칠 전에도 경북의 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 학생을 찾아내서 그 아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이 일은 항상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되어 남을 것이다. 언제나 가해 학생은 장난으로 했고, 힘깨나 쓰는 아이들은 아직도 자기들의 폭력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예방대책과 관련해서 영국과 일본의 예를 비교해서 든다. 영국은 학교장 책임 아래서 학교가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끌어안고 치료와 교육을 병행하는 포용과 치유정책을 폈고, 일본은 가해자를 학생들과 격리하고 강력한 처벌로 대응하는 격리와 처벌정책을 폈다. 결과는 달랐다. 단기적인 성과는 일본의 경우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본은 지금도 학교폭력에 사회가 골머리를 앓지만 영국에서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됐다는 보도를 보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필자는 한동안 독서치료라는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도 했다. 덩달아 음악치료, 미술치료도 알게 되었고, 연극을 통해 아이들의 심성을 순화시키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독서치료를 통해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가 이를 바로잡고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는 과정도 지켜봤다. 역할극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향해 눈물을 쏟아내는 학생을 바라보며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 우리가 세우는 학교폭력 예방대책에는 어른들만 있고 아이들이 없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들이나 심지어 경찰 중에도 지금의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대해 뭔가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이가 있다. 엊그제 한낮에 마산의 창동 뒷골목에서 내가 만난 이른바 문제 있는 그 아이들도 그랬다. 아이들의 입장,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교육과 사회적 환경에 대해 폭력예방 대책을 세우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가. 학부모는 학교를, 경찰은 교육청을, 학교는 아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단기적인 지금의 격리와 처벌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사회가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학교폭력의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에도 마치 냄비가 끓어 넘치고 식어버리는 것처럼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곧 폭력문제를 외면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은 학교와 교육청과 경찰,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전문가와 학부모와 학생의 역할도 있어야 하고, 더더욱 서로의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논의와 대책의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넓혀야 한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식생활교육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폭력의 심각성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 교육청, 경찰, 전문가, 학부모, 학생, 이들이 학교폭력의 이해 당사자들이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대책 기구를 만들자. 한 번 모여 기왕에 만들어진 자료를 보고받고 점심 먹고 헤어지는 그런 기구가 아니고 6개월이 걸리든 1년이 가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본질적 예방대책을 만들어내는 전담기구를 구성하자. 밤새워 토론하고 창동 뒷골목의 그 아이들도 만나고, 영국도 가보고 일본도 살펴서 예방대책을 세우자. 답이 없으면 모르지만 모범답안은 우리들의 생각 속에 분명히 있다. 그런 기구가 만들어져서 그 속에서 심부름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필자는 기꺼이 그 기구에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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