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철 (취재1부장)
그런데 이 11개 공공기관 중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행보가 요즘 영 개운찮다. 또다시 축소 이전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건축 연면적 7511㎡, 인원 260명으로 이전계획을 세운 한국산기원은 지난해 초 건축면적을 5117㎡로 줄이고 인원도 90명 선으로 대폭 축소, 국토부의 승인을 얻은 뒤 진주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12월 진주시로부터 상식에 준한 청사건립계획을 제출하라는 보완통보를 받은데다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보완키로 했다. 결국 지난 2월 한국산기원은 기관 이전청사 건립방향을 설정하고 국토부, 경남도 등 관계기관에 변경계획안을 제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이전 인원은 현원 300명 중에서 40명을 서울에 잔류시키고 260명을 진주로 이전하는 것으로 돼 있다. 청사 면적은 당초 5117㎡에서 1만425㎡, 1인당 평균 규모는 20여㎡에서 40㎡로 늘렸다.
문제는 한국산기원의 이전계획을 검토해 보면 이전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산기원은 지하 1층 지상 9층의 서울사무소는 각층의 필수 및 특수장비 매각이 어렵고 진주로의 이전이 불가하다며 잔류인원 40명으로 2만1356㎡를 사용하고, 260명이 근무하는 진주 본사는 현 청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1인당 면적 또한 평균 40㎡규모지만 복도 등 공용면적까지 포함한 것으로 실제 1인당 면적(사무실과 시험실 겸용)은 11㎡에 불과하다. 이는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인 중앙관세분석소 187.5㎡, 한국세라믹기술원 100.9㎡, 한국남동발전 100.7㎡에 비해 터무니 없이 작다. 이 때문에 본사 이전이 아닌 경남지사 건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주시 관계자 또한 고작 직원 40명이 잔류할 서울 본사를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하면서 260명이 근무할 새 청사는 기존 청사면적의 절반 크기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자체가 본사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충분히 수긍가는 대목이다.
더욱이 한국산기원은 지방이전에 따른 손익발생이 이전 당해연도 40%이상 생기는 등 2018년까지 6년간 1500여 억원의 누적적자 발생을 예측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성장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오는 2016년까지 현재 346명에서 2000명까지 인원을 증원할 계획을 수립한 것은 서울사무소가 본사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기원은 최근 경남도에서 배치도면을 갖고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기원이 건축직 종사자들도 이해 못하는 도면으로 설명함에 따라 진주시 관계자들이 명쾌한 도면을 요구, 진주시에서 열릴 설명회는 날짜도 잡지 못한 상태다.
한 가정이 이사를 할 경우 살던 집을 팔고, 새 집을 구하는 게 상식이다. 이전에 살던 지역에서 사업을 한다든지, 필요성을 느낄 때는 임차해서 사용한다. 따라서 한국산기원은 지금와서 꼼수를 부린다는 의심을 사지도 말고, 이상한 논리와 잣대를 갖다대서도 안된다. 본사 매각을 통한 완전한 지방이전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동안 쌓였던 불신이 해소될 것으로 보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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