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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사 창립 89주년 <하>형평운동기념사업의전개'형평 정신'에서 인권을 찾는다
곽동민  |  dmkwak@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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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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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형평사가 창립된지 89년이 되는 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신분의 잔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노비나 백정집단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형태는 달라도 여전히 사회적 차별이 곳곳에 남아 있다.

본보에서는 형평운동의 정신이 현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되짚어보고 형평운동의 발상지 진주에서 형평운동의 정신이 어떻게 계승·발전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형평사를 만들고 키웠던 정신은 과거만의 것이 아닙니다. 민주화로 나아가는 오늘의 정신이고, 서로를 사랑하며 똑같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정신입니다.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우리의 삶을 일구는 일이며, 이 땅을 더 나은 삶의 터전으로 가꾸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 ‘형평운동 70주년 기념사업회’ 창립 취지문에서

◇형평운동 70주년 기념사업회의 설립

형평사가 창립된지 69년이 지난 1992년. 몇몇의 진주 시민들이 모여 ‘형평운동 70주년 기념사업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회장과 임원을 선출하고 이듬해인 1993년 4월23일 ‘형평운동 7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형평운동의 현대적 조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학자들을 비롯해 국내외의 형평운동 연구자들 8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날 발표된 논문은 ‘형평운동의 재인식’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후 1996년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1500여명의 진주시민들과 뜻을 모아 진주성 앞에 형평운동기념탑을 건립했다.

이 기념탑은 원래 형평사 창립 축하식이 열렸던 진주좌(현재 몰에이지) 자리에 세우려 했으나 부지선정 등의 문제로 쉽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을 안 진주시에서 남강가의 터를 기녑탑 건립자리로 제공해 현재의 위치에 건립하게 됐다. 기념탑 건립비용은 기념사업회 회원들과 1500여명의 시민들이 낸 성금으로 충당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역사팀장 신진균 이사는 “기념탑이 건립된 자리는 비록 진주성 외성에 해당하지만 평소 성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한을 풀어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형평운동 기념사업을 계속해오던 기념사업회는 2003년 개편대회를 통해 장애인 인권운동을 채택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기념탑 건립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사업회는 개편대회를 통해 단순한 기념이 아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인권단체를 지향하는 모임으로 전환했다.

2004년에는 진주지역 초등학교 편의시설 실태조사와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개발해 초등학교 순회교육을 실시했다. 2008년에는 초등학생들에게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재량교재를 개발하고 2009년에는 ‘손잡고 함께 가자’라는 제목의 교재가 경남도 교육감 인정 재량활동 도서로 승인 받아 경남 전 초등학교에 보급됐다.

형평운동 기념사업과 관련해서는 형평운동을 이끌었던 강상호 선생을 재조명하는 공청회를 열고 묘소를 알리기 위한 홍보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07년에는 진주시의 협조로 강상호 묘소 교통표지판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형평운동 소개 및 답사를 위한 안내책자인 ‘형평의 길’을 출간하고 지난해에는 일본어판을 발간해 일본 수평사 박물관과 부락해방연구소, 국내 각 기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죽 건조장을 배경으로 서 있는 백정가족, ▲강상호선생, ▲신현수 선생, ▲1928년 4월24일 서울서 열린 형평사 제6회 전국대회(조선일보 1928년 4월25일자) ▲형평사 기관지 '정진' 창간호


◇형평역사공원화 사업

현재 기념사업회에서 추진 중인 가장 큰 사업으로는 새벼리에 위치한 강상호 선생 묘역의 형평역사공원화 사업을 들 수 있다. 형평역사공원 조성 예정지인 석류공원은 진주의 관문에 위치하고 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역사팀장 신진균 이사는 “석류공원에 기존의 문학공원과 함께 역사공원(형평공원)이 조성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테마공원이 될 것”이라며 “이 테마공원은 진주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민들이나 학생들에게는 우리의 문학과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형평사 박물관을 건립해 역사자료와 유물을 전시하고 형평운동의 역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교육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형평기념관 건립은 현재 진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소실되고 있는 형평운동 관련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역사적 의의를 바로 세우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형평운동보다 1년 앞선 1922년에 일본의 수평사 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1998년에는 나라현 고쇼시에 수평사 박물관이 건립돼 학생들의 인권학습도 겸하고 있다.

신 이사는 “강상호 선생의 무덤 앞에는 가난을 구제해준 은덕을 기억하고자 주민들이 세운 어머니 이씨 부인의 불망비가 있는데, 모진 세월 탓에 훼손이 심해 보존대책이 시급하다”며 “형평관련 유물, 자료 등을 전시하고 형평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교육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형평사 박물관 건립은 꼭 필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올해 사업회는 형평사 박물관 건립에 앞서 그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형평운동의 아버지 강상호 선생 안내판을 세운다. 예산부족의 어려움으로 그간 추진되지 못했던 안내판 설치가 사업회와 유족의 도움으로 2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안내판 제막식은 형평사 창립 기념일인 4월 25일 오후 4시30분에 열린다. 한글 안내판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안내판이 동시에 세워지며, QR코드를 적용해 스마트폰을 통해 더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어 교육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사업회는 현재 강상호 선생의 어머니 이씨 부인의 시덕불망비 보존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신 이사는 “율곡 이이에게 신사임당이 계셨듯이, 강상호 선생에겐 어머니 이씨 부인이 있었기 때문에 형평운동가 강상호 선생이 존재할 수 있었다”며 “현재 이씨 부인의 시덕불망비는 훼손이 심해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이면 형평사 창립 90주년이 되는데, 어떻게 하면 보다 의미 있는 90주년이 될까 고민 중”이라며 “학생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형평역사 캠프와 한국 최초의 인권운동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킨 ‘형평인권상’ 제정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평운동이 나아갈 길

형평운동의 일차적인 목적은 ‘백정’이란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철폐와 인권존중, 평등대우를 주창하는 것이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 평등’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일깨우는 활동이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역사에서 평등사회를 이룩하려는 대표적인 인권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신분차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 성, 지역, 계층, 국적, 종교 등에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운동의 정신은 더욱 필요하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현대 사회상에 맞춘 새로운 형평운동의 하나로 형평인권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형평인권팀은 이미 개발돼 있는 도교육청 인정 인권교재를 개선해 보급·활용하고 있다. 또 인권교육교사연구회 조직을 준비하고 인권교육 교사연수를 추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향후에는 진주시 인권조례 조정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도 계획중이다.

형평운동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진주시민조차도 아직 형평운동이나 강상호 선생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형평운동이 가장 먼저 일어난 진주에서부터 형평의 정신을 계승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장애인과 학생,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문=형평운동기념사업회 역사팀장 신진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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