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농민들의 쓰라린 봄
하우스 농민들의 쓰라린 봄
  • 경남일보
  • 승인 2012.04.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식 (경남도의회 부의장)

지금 온 천지가 따뜻한 봄 세상이다. 아지랑이가 동산에 피어오르고 화사한 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가족들과 연인들은 손을 잡고 봄나들이에 한창이다. 그런데 이 화창한 봄에 날벼락을 맞은 분들이 있다. 바로 시설하우스 농민들이다. 이달 초 불어닥친 강풍에 경남지역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망쳐야 하는 변을 당했다. 시설하우스를 둘러싼 비닐이 뜯겨져 나갔고 철제 파이프도 찌그러지거나 날아가 버렸다. 그 바람에 안에 있던 수박 등의 농작물은 냉해를 입었다. 수확을 앞두고 여물어가던 농작물이 말라서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솎아내는 작업을 했다.

경상남도는 지난번 강풍으로 도내에서 모두 552.9ha의 시설하우스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리고 경남도는 시설복구 50.6ha와 농작물 복구비 29억 9000만원을 지원하였고, 50% 이상 피해농가에 생계비 학자금, 영농자금 상환연기 등 간접지원도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문제는 농민들의 말할 수 없는 애환이다. 농작물을 잘 키워 내다 팔아야만 빌린 영농자금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며 자녀 학자금 걱정이 없는 데 모든 게 엉망이 된 것이다. 시설하우스를 다시 정비할 때 든 설치비와 자재대금, 판매금 등 하우스 농가당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피해를 봤다. 특히 규격화되지 않은 시설하우스는 사정이 더 딱하다. 이런 시설하우스의 경우 농업재해대책법상 보상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한 푼도 보상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해농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제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법규정을 보완해 달라”고.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 지금의 농어업재해대책법상 시설 피해액은 3억 원 이상, 피해규모는 50ha 이상이어야만 보상을 받게 돼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 시설하우스는 정부 권장 규격품이 아니면 지원을 아예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정부 권장 규격품은 그럼 어떤 것일까. 규격품은 아치형이 아닌 단독형으로 철제 파이프 간격이 60cm이며 기둥과 써가래 등을 갖춘 집 형태여야 한다. 하지만 도내 상당수 하우스 농가는 쉽게 설치하고 쉽게 철거하기 위한 아치형을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벼를 비롯한 논농사와 연계해 이어짓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다.

필자는 해마다 농작물 재해가 계속되고 있는 소식을 접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 든다. 정부도 자연재해 대책법에 의한 복구비를 농업재해에 대한 실질적 복구지원이 될 수 있도록 피해면적 기준 50ha에서 10h로, 농업시설, 농경지 피해액 기준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지원대상 요건을 완화하여야 한다. 또한 농작물 재해보험도 생장기중 사고발생시 손해율 산정이 어려운 경우 수확 개시후 10일이 경과한 시점에 재조사하는 방식도 농민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피해율 산정기간 축소로 응급복구 피해 최소화가 될 수 있도록 농작물 재해 보험금 지급기준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농정당국에서 현장 영농교육을 통해 관련 법령을 제대로 농민들에게 숙지시켜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 점, 최근 기상이변으로 각종 작물피해가 속출하는 데 그에 따른 지원대책이나 보상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부분이 많은 점, 악천후가 예보될 때 사전 통보체계가 미흡한 점 등 때문이다. 올 여름 역시 예년에 그랬듯 게릴라성 폭우와 태풍이 몰아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면 또 다시 큰 피해들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수입 농산물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애쓰는 우리 농민들은 날씨와의 싸움에서도 스스로 방비책을 찾아야 하는 큰 숙제를 또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우리 농민들을 위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의 의정활동에 힘쓸 계획이다. 농작물 재해발생 시 체계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되거나 도 차원에서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할 수 있게 역설해 나갈 것이다. 유비무환이라 하지 않았나. 유례없는 이번 강풍사태를 계기로 농작물 피해발생을 최소화해야 할 시점이다. 적어도 피해를 입은 우리 하우스 농민들에게는 춘래불사춘, 봄은 왔건만 아직 봄은 아니다.

박동식 (경남도의회 부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