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안나는 세상
개천에서 용 안나는 세상
  • 경남일보
  • 승인 201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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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 (맥학원 원장)
20여 년 전 진주시내 인문계 고교에서는 200명이 넘는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며 교육도시 진주의 명성을 갖고 있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비평준화였는데 한 해에 50~70명까지 서울대에 진학시킨 고등학교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고3 어느 교사의 말을 빌리면 올해 진주시내 인문계 고교 10개 학교의 전체 서울대 입학생 수는 20명이 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고등학교도 더러 있다고 한다. 며칠 전 어느 신문의 서울대 합격생을 8명 이상 배출한 고교의 명단에 진주의 인문계 고교이름은 보고 또 보아도 어디에도 없었다. 올해 7명, 5명 보낸 고등학교가 최고라고 한다.

200에서 20. 이럴 때 격세지감(隔世之感)·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표현을 여기에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서울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진주에도 경상대·진주교대·경남과기대 등 좋은 대학이 많지만 세속적인 기준으로 따지자. 아직도 누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동네 어귀와 출신고, 다닌 학원에 현수막이 붙는 자랑거리이다.

교육도시 진주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학생 수가 진주만 줄어든 것도 아니고 서울대 모집정원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입시제도 탓이다. 이전 학력고사 시절에는 그저 열심히 예습·복습을 하면 됐지만 수능으로 바뀐 뒤부터는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금의 대학 입시는 철저하게 지방학생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 특히 수시가 그렇다. 서울대가 모집정원의 80%, 그 외 서울의 주요대학이 모집정원의 70% 이상을 수시로 선발한다.

수시선발에서는 논술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논술이 장난이 아니다.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도 어려워하는 수준이다. 대학입시 전형도 너무 복잡 난해하다. 어느 한가한 사람이 세어보니 3천 몇 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제는 수험생의 노력에다 부모의 정보력, 게다가 부모의 경제력에 달렸다는 말까지 있다.

얼마 전 진주시에서 진주아카데미를 시작하며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앞으로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유익하고 유쾌한 자리가 확대됐으면 좋겠다.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입시설명회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설명회 말이다. 또 수능만 쉬워지면 되는 것이 아니라 논술도 쉬워져야 한다.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본고사를 치르는 대학을 제재해야 한다. 농어촌특별전형, 지역균형 선발전형 등이 생색내기가 아니라 더더욱 확대돼야 한다. 개천에서 미꾸라지도 나고 용도 났으면 좋겠다. 교육도시 진주에는 개천보다 꽤나 큰 남강이 흐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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