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재 (객원논설위원)
마음에 담은 생각과 기억을 거짓 없이 밝힌다는 뜻인 ‘고백’이 때론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종교 용어로도 많이 인용되는데 불교에서는 상대에 대한 용서를 비는 의미로 읽히고, 그리스도교나 가톨릭교에서도 회개 혹은 고해 등으로 해석된다. 죄를 씻는 의식의 일종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자신이 저지른 죄나 실수를 깨닫고 뉘우치는 것을 전제로 다시는 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긍정적 다짐을 나타내기도 한다.▶신성한 말로 이해되지만 요즘 들어선 워낙 흔한 말로 회자되어 인터넷에서는 그 말을 주제로 한 블로그나 카페도 늘려 있다. 이성에게 자신의 연정을 털어 놓는 경우도 그 말을 사용하고, 범죄사실을 밝힐 때는 자백이나 실토로 표현되지만 숨김없이 내놓는다는 의미에서 그 뜻의 본질은 비슷해 보인다.
▶얼마 전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영화배우 신성일님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이 발간되어 화제였다. 그 책에는 그 분이 나눈 연애와 관련한 여러 무용담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정여인과 ‘호텔만남’이라는 언급도 아주 잦은 빈도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한 여인과의 스토리 중에는 정사로 배태하고 낙태한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중년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충분한 선정(煽情)이다.
▶제도상의 호불호를 떠나 친고죄지만 간통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낙태를 서슴지 않은 관행으로 치부했다. 자기중심적 구성으로 ‘바람 핀’것이 자랑처럼 열거되어 있다. 그 책에 담겨진 수많은 여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떨까 하는 괜한 부아가 치민다. 이후 이러한 자신의 과오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는 취지로 역시 영화배우인 부인에게 방송을 통해 고백했다. 책을 팔기 위해 그랬단다. 고백의 순수성을 갉은 허접한 변명 같다. 혀가 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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