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예찬
수목원 예찬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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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 (맥학원 원장)
지난해에 있은 일이다. 진주시내에서 일반성면으로 이사온 지 5년쯤 돼 노인들을 위한 요가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혹시 모집인원 부족이 생기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재차 물었더니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원 미달이 돼도 안된다”고 했다. “이러니 젊은 사람 누가 시골에 살려고 하겠습니까?” 하고 푸념성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 겨울방학때 운동부족이 염려되어 가좌동 헬스장에 다닌 일이 있다. 매일 다니다 보니 운동하는 한달 회비보다 교통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아이들 옷이나 신, 책을 사려면 어김없이 20~30분 운전해 나가야 한다.이렇게 여간 불편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이사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반성수목원 때문이다. 정확한 명칭은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이다.

수목원에는 산림박물관, 동물원, 열대식물원, 생태온실, 선인장원, 무궁화공원, 민속식물원 등이 잘 가꾸어져 있다. 평일에도 50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수목원을 다녀가지만, 대부분 수목원의 진면목을 다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 천천히 걸어서 돌아보라. 계절별로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도 좋다. 눈으로 코로 가슴으로 느껴보라.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모든 식물을 한곳에 모아 두었다. 규모도 거대하다. 수목원은 앞쪽보다 뒤쪽이 볼거리가 더 많다. 천천히 산보하며 둘러보면 이곳을 돌보고 가꾸는 사람들의 정성과 땀을 느낄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육장소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또한 심신의 피로를 풀거나 자연과 동화될 만한 곳이, 이곳보다 나은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애써서 멀리 갈 이유가 없다. 여러번 반복해서 방문할 때마다 다르게, 새롭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자연에 숲에 식물에 대해 무지하지만 모든 식물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하지만 식물이름을 모르면 어떠랴.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것만큼 보이고, 아는 것만큼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문화유산은 그런지 몰라도 수목원은 몰라도 느낄 수 있다. 유 교수의 또 다른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다.’

마지막으로 수목원에 아쉬운 점 두 가지가 있다. 이렇게 좋은 수목원을 둘러보고 문을 나서면 그저 논과 밭이 있을 뿐이다. 찻집이나 음식점 하나 없다. 수목원을 다녀왔음을 기념할 기념품 판매소 하나 없다. 안과 밖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진주시는 어뗳게 진주시민이 이렇게 많이 이용하는 수목원을 무관심으로 방치하는지 잘 모르겠다.

또 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수목원 명칭을 예쁘고 친근하게 바꾸면 어떨까. 한자 말의 조합이라 딱딱하다. 용인 자연농원이 에버랜드로 바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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