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도 없는 파파라치
이웃도 없는 파파라치
  • 황용인
  • 승인 2012.05.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용인기자
얼마 전 동네 조그마한 식당이 무허가로 영업을 하다가 관할행정에 의해 허가를 받았다. 개업한지는 제법 지났지만 영세 사업장인데다 허가를 받기까지 시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곤란을 당한 것이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영업준비를 하던 중 불쑥 찾아온 공무원은 파파라치에 의해 신고가 들어왔으며 지금 무허가 운영은 불법이니 필요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허가를 받기까지는 여러 가지 속사정은 있었겠지만 공무원이 내뱉은 파파라치에 의해 신고가 들어왔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주인의 심경을 들은 적이 있다.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 들리는 소문에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파파라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오싹했다고 한다. 그것도 평소 허물없이 지내며 정도 두터운 이웃사촌이 신고를 했다는 것에 어처구니없고 서운한 구석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파파라치( paparazzi)는 외국에서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인을 대상으로 몰래 사진을 찍는 사진사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반인들의 범법행위 장면을 몰래 찍어 행정기관 등에 신고할 목적으로 제출하는 사진이나 신고자로 변형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고 포상금 제도(일명 파파라치)는 지난 2001년에 도입한 것으로 그 당시 교통법규와 관련해 파파라치가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신고 포상금 제도가 다방면으로 퍼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파파라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사례에서 더 나아가 지금은 각종 업종에서부터 불·탈법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돼 있으며 종류만 해도 수백 개가 넘을 정도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50배의 포상금제를 비롯해 불량식품 제조·판매의 식파라치, 성매매 범죄 성파라치, 실업급여의 실파라치, 가짜 휘발유 제조·판매신고 휘파라치, 학원 불법·개인과외 학파라치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파파라치가 활성화되는 이유로는 신고 포상금도 법규위반에 따라 다양하게 지급되면서 또 다른 직업으로 파생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학파라치 신고를 접수하는 경남교육청은 지난 2009년 하반기부터 학원법 개정 이전까지 전체 470여건에 포상금도 1억7000여만원이 넘는 액수를 지급했다.

하지만 파파라치 활동은 인력이 부족하고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측면에서 볼 때 다소 자정효과는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북한의 ‘5호 담당제’처럼 신고 포상금에만 눈멀게 된다면 어찌하겠는가. 앞서 언급한 일례를 보듯이 허물을 덮어주어야 하는 이웃사촌이 신고 포상금의 대상되는 시대에 사는 오늘날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뒷맛을 남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