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면 차라리 붓을 꺾겠습니다”
“최고가 아니면 차라리 붓을 꺾겠습니다”
  • 강민중
  • 승인 201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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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윤효석 개인전… 4일~10일 창원성산아트홀서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작품 활동에 임합니다. 자신의 작품에 당당하지 못하면 스스로 붓을 꺾어야죠.”

서예작품이지만 어떻게 보면 서양화의 이미지를 띄기도 하고, 문인화 작품에서는 어느누구보다도 한국적인 색깔을 드러내는 작가.

멈춰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시도로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하는 작가.

서예가 신구 윤효석(55)씨가 4일부터 10일까지 창원성산아트홀 제1전시실에서 열번째 개인전으로 관객을 찾는다.

전시회를 앞두고 윤 작가를 31일 오전 최근 둥지를 옮긴 진주시 금산면 소재 그의 작업실 ‘구학산방’에서 만났다.

반가움에 인사를 전하며 개인전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자 대뜸 “이번 개인전이 생애 마지막 개인전이 될 것”이라는 ‘폭탄 발언’으로 답한다.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년에 한번 꼴로 개인전을 열었는데 10회를 이어오기까지 21년이란 기간이 걸렸습니다. 매 전시마다 단순 팸플릿이 아니라 두꺼운 책자를 함께 발간했어요. 조금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1~2년에 한번씩 책을 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그가 전시를 전혀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초대전이나 외국전시 등에는 꾸준히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제 나이가 55세인데 이제까지 많은 시도와 변화를 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정립단계인 만큼 이제부터는 아끼며 작품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윤 작가는 이번 자신의 마지막 개인전에서 아낌없이 풀어낸다.

전시는 4개의 테마로 이뤄지는데 그가 처음 시도하는 나시족의 동파문자를 종이와 캔버스에 담은 작품들과 우리나라 대표적인 나무 중 소나무와 대나무 작품, 도자기 작품 등 총 75점을 전시한다. 100호가 2점, 60호가 10점 등 대작들이 즐비하고 소품과 어우러져 전시장을 메우게 된다.

특히 그가 처음 선보이는 동파문자는 그 근원이 갑골문보다 오래됐고, 현 지구상에서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그림문자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현재 중국 운남성에서 쓰고 있죠. 2001년 문자문명전에 참여해 친분있는 작가가 출품한 작품에서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우연이 지난해 지인이 동파문자 관련 책자들을 선물했어요.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림과 가장 흡사한 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함께 가장 한국적인 소나무와 대나무를 그린 문인화를 선보이는데 그의 대나무와 소나무는 꾸미거나 과장되지 않은 실제 모습 그대로의 한국의 미가 살아있다.

“한국의 소나무와 대나무는 중국, 일본과는 확연한 모습의 차이를 보입니다. 정체성이 뚜렷해요. 보기좋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워요. 작품을 위해 부지런히 다니며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고 아주 자세하게 관찰·연구해서 조화롭게 실생합니다.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작업이죠. 그냥 누가 그려놓은 것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작품에 대한 집요함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윤효석 작가. 그는 마지막으로 일부 게으른 작가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서(書)가 되지 않으면 문인화도 안된다는 말이 있다. 기본없이 흉내내기식으로 문인화를 시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무제’라는 제목의 작품을 싫어한다. 확고한 신념과 계획을 세우고 그린다면 ‘무제’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2~3시간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작품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작품을 못파는 것도 작가의 문제다. 작가는 작품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고 사고 싶은 충동이 들게끔 하는 것이 작가”라면서 “인맥을 통해 팔아주기식 거래는 작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작가들의 의식부족을 질타했다.

이어 그는 “언제부턴가 매년 반복되는 회원전이나 정기전은 안가게 된다. 자기들만의 잔치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당당함, 올곧은 마음이 있어야 스스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다. 나의 대나무는 세계 어떤 유명예술인들과 견줘도 자신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한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붓을 꺾어야 할 것”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한편 윤작가의 마지막 개인전 오픈식은 4일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윤효석작품 ‘畵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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