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야(月夜)
월야(月夜)
  • 경남일보
  • 승인 201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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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함안군 칠원면사무소 근무)
아이들을 재우고 잠을 청하며 뒤척이다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을 보며 상념에 잠긴다.

지난 5월은 ‘가정의 달’이었다. 특히 8일 어버이날에는 자녀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저마다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을 보고 고향의 부모님이 떠올라 눈시울을 붉혔다. 사람들은 정성껏 준비한 선물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전하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찾지 못한 자신을 되돌아보곤 한다.

부모의 사랑은 하늘보다 높다. 이 땅에 시집온 결혼여성 이민자 가운데 사랑으로 돌봐주신 어버이의 은혜(恩惠)를 떠올리며 눈물 적시는 이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고향에 가고 싶어도 너무 멀고 비싼 항공료 부담 때문에 못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추석이나 설 명절, 집안잔치에 이웃집 딸이 친정에 찾아오는 것을 보고 딸자식을 생각하며 눈물 짓는 분이 바로 내 아버지·어머니시다. 아버지는 엊그제 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하셨다. 부모님이 아플 때 옆에서 간병하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한번밖에 없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自愧感)마저 든다.

부모님은 결혼을 반대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가족과 멀리 떠나 타국에서 시집살이하며 살 필요가 있느냐”며 극구 말렸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었던 나는 자식 앞에 장사 없는 그분들을 졸라 한국에 시집왔다.

부모의 품을 떠나 가정을 꾸려 자식을 둘 낳고 키워 보니 부모님의 사랑이 더욱 새롭다. 결혼하면 철든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성장기를 돌아보면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사랑을 헤아리지 못하고 “왜 이것밖에 못해 주느냐”며 불만을 쏟아낸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버이날 찾아 뵙지를 못하는 나는 그간 모아둔 물품들을 상자에 담아 우체국을 통해 항공편으로 중국에 보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보내려고 했던 잇몸약은 검열에 걸릴까 봐 결국 보내지 못했다. 가족들은 택배를 받고 낯선 땅에서 생활하는 여식(女息)을 떠올릴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손주들이 부쩍 컸다며 화상(畵像)으로 잠시 보고 전화로만 듣던 피붙이를 품에 안아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오빠가 전했다.

당(唐·618 ~ 907년)대의 시인 두보(杜甫)는 월야(月夜)에서 아이들이 장안에 있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며 애틋한 가족애를 노래했다. 농촌에서 지낸 우리 가족은 달을 유난히 자주 봤다. 태양이 하나이듯 밤하늘의 달도 하나인데, 내가 한국에서 보고 있는 저 둥근달을 중국에 있는 가족들도 지금 보고 있지 않을까 하고 위안 삼으며 달에게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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