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봄, 함께 걸어요
한라산의 봄, 함께 걸어요
  • 곽동민
  • 승인 201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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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철쭉 산행 & 올레길 트레킹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제주도 면적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정상에는 ‘흰 사슴이 물을 먹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백록담이 있다. 한라산 일대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됐고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경남일보에서는 6월 한달간 시민들과 함게 한라산 철쭉산행을 실시한다. 6월의 첫 주말인 2일 철쭉 산행에 동행해 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한라산의 모습과 정취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진=황선필 기자



지난 6월2일, 1박2일 일정으로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 삼천포항에서 페리선에 몸을 실었다. 배에서 1박을 소화하는 일정이라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지만 다음날 한라산을 만날 기대와 설렘 때문인지 쉬 잠들지 못해 조금 잠을 설쳤다.

이튿날 아침 제주항에 도착하자 다소 흐린 날씨가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30도에 가까운 기온을 보이며 여름 날씨를 보이던 뭍과는 달리 제주도는 시원한 감이 느껴질 정도로 선선한 날씨였다.

이날의 산행코스는 어리목에서 사제비동산을 거쳐 만세동산, 윗세오름 대피소(해발 1700m)까지 올랐다가 영실로 내려오는 어리목~영실 코스로 8.4km구간이다. 한라산의 높이는 해발 1950m, 어리목은 해발 970m에 위치하고 있다. 뭍의 어지간한 산의 정상 높이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 산행에는 약 4시간에서 4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길이며 어리목 계곡에서 사제비동산을 오르는 2.4km 구간을 제외하고는 완만한 평탄지형이다. 어리목 탐방로에서 영실로 내려오는 코스는 백록담을 향하는 정상 등반코스는 아니지만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백록담 남쪽 화구벽의 풍광과 만세동산에서 윗세오름까지 펼쳐지는 철쭉, 털진달래 군락지의 아름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이다.

초입에 들어서자 밖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시원함이 몸을 감쌌다. 함께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자연스레 “좋다”는 감탄이 터져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짙푸른 녹음에 취해 힘을 내보기가 무섭게 첫 고비가 찾아왔다. 어리목 계곡을 지나 사제비동산을 향하는 길목은 큰 키의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줘 시원하기 그지 없었지만 꽤나 가파른 산길이 윗세오름으로 향하는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결국 굽이마다 설치된 평상에 앉아 쉬기를 여러차례, 자꾸만 일행들과 거리가 벌어지는 것 같아 사탕 한 알을 입에 물고 다시 두 다리를 재촉했다. 1시간 30분 가까이 올랐을까, 마치 영화에서 장면이 바뀌는 것처럼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인다. 바로 사제비동산에 도착한 것.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반갑기 그지 없다.

이번 산행에 함께 동행한 지리산 여행사 김태규 팀장은 “사제비동산에서 윗세오름까지 가는 길목에서는 노루를 자주 볼 수 있다”며 “만세동산까지 오르면 시원한 약수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부터 윗세오름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한 평지라 비로소 한라산의 풍광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마치 각흑설탕을 흩뿌려 놓은 듯한 화산석의 모습과 거센 바람에 견디기 위해 낮은 키를 가진 나무들까지 뭍의 여느 산과는 확연히 다른 한라산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황선필 기자
윗세오름을 향하면서 기대했던 철쭉을 만나지는 못했다. 본래 한라산 철쭉은 6월 초부터 중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제주도는 위도상으로 한참 남쪽이라 봄꽃이 빨리 지나가는데 한라산은 고도가 높은데다 낮은 기압, 변화무쌍한 기후 때문에 철쭉이 늦게 개화한다.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향하는 초입에 있는 ‘선작지왓’은 한라산 철쭉의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올해에는 특히 더 개화시기가 늦어지는 것 같다는 공원 관계자의 말에 ‘산상화원’이라 불릴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는 한라산 철쭉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영실로 향했다.

영실로 향하는 길 위에서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바로 구름속에서 영험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백록담 때문이다. 함께 한라산을 찾았던 일행들은 철쭉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백록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해소했다.

영실로 내려오는 길에는 서귀포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마치 원시림을 보는 듯한 한라산의 숲 끝자락에 사람이 사는 도시가 위치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탐방로 곳곳에 숨어 핀 야생화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하산 후 일행들과 철쭉은 만나지 못했지만 봄의 한라산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뜻 깊은 산행이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실었다.

한라산은 코스 곳곳마다 입산시간이 정해져 있어 미리 통과시간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입산통제 시간은 춘추절기인 3월~4월, 9월~10월에 있으며 탐방로 입구 통제소는 오후 2시, 윗세오름 통제소는 오후 1시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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