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민영화, 중단돼야 한다
KAI 민영화, 중단돼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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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기 (前 경남도립남해대학 총장)
우량기업이자 국내 유일의 항공방위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를 둘러싸고 지역과 노동자들의 근심이 깊다. 이미 국내외 매각 주간사가 선정되었고, 지분매각 공식 공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잘 성장하여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KAI가 재벌과 외국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구조조정이니 하면서 대규모 해고가 이루어지고, 지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민간매각은 득보다 실이 크다.

첫째, KAI는 국민의 힘으로 키워나가야 할 한국경제의 희망이다. 우리나라는 2차대전 이후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들의 모델이다. 이러한 성장의 근간은 제조업이었고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이 지금도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항공우주산업을 꼽고 있으며 그 핵심이 KAI이다. 항공산업의 시장규모는 2008년 430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7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런데 항공산업은 기회가 많은 반면 리스크도 높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글로벌 항공사들은 대체로 정부 지분이 높다. 특히 방산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2020년 ‘항공산업 글로벌 7’ 도약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경상남도와 사천시도 항공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천을 중심으로 경남지역은 전국 최대 항공산업 집적지이다. 생산액 대비 86.4%, 사업체 수로는 67.2%, 종사자 수로는 81.8%가 경남에 몰려 있다. 경상남도는 사천 축동과 향촌동 일원, 진주시 정촌면 일원 436만㎡에 사업비 8000여억원이 투입되는 항공산업 국가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지금은 지식경제부에서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항공우주산업을 국가핵심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서부경남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이다. 이런 와중에 KAI가 재벌기업이나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이런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KAI는 198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민간 기업들을 통합해 국민의 혈세를 투자해 살려 낸 기업이다. 회사 구성원들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이제 흑자를 내기 시작한 KAI를 또 다시 재벌과 외국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

둘째, 민영화가 절대 선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주주자본주의가 경제질서의 대세를 형성하면서 기업들은 점점 더 주가와 주주배당 관리를 중시하게 되고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주주들의 압력 앞에서 전문 경영인이 10년, 20년 이후를 내다보면서 기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KAI도 재벌이나 외국자본으로 넘어가게 되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당장의 순익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익은 재투자되기보다는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사천 공장은 전략·경영 기능이 없는 단순한 생산·조립공장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크다. ‘민간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쁘다’라는 생각은 신자유주의 경제하에서 만들어진 편견일 뿐이다.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평가되는 싱가포르 에어라인도 국가기업이고, 포스코도 정부 관리하에서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KAI가 제2의 포스코가 되었으면 한다.

KAI의 민간매각을 둘러싸고 시중에 여러 가지 소문들로 뒤숭숭하다. 대한항공이 가져가기로 결정되었다느니, 실세들이 주도하고 있다느니 하는 기사들이 심히 우려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간 많은 고통을 감내하여 이제 비상하기 위하여 날갯짓을 하는 KAI의 민간매각은 시기상조로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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