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보내는 편지
하늘나라에 보내는 편지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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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구 (창원보훈지청 보훈과장)
해마다 6월이 되면 현충원은 그리운 사람들을 기다린다. 유족들은 사랑하던 사람들을 쉽게 잊지 못하고 불면의 밤을 뒤척인다. 지금도 사랑하는 남편이 “여보” 하고 부르며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고, “엄마” 라고 부르며 달려올 것만 같은 아들이 차가운 땅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 그래서 유족들은 하늘에 편지를 보낸다. 하늘로 가는 우체통이 없기에 그리운 마음을 안고 현충원으로 달려와 사랑하는 사람의 묘비 앞에 그 애절한 사연의 편지를 놓고 간다. 이렇게 대전현충원에 모인 편지가 1000통도 넘는다고 한다.

‘당신이 떠난 지 20여 년, 먼 훗날 내가 당신 곁에 가거든 늙었다고 몰라보지 마세요’라는 가슴 시린 사부곡(思夫曲)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울음 섞인 사연, 그리고 꿈에라도 동생을 보고 싶어 하는 누나의 안타까운 편지도 있다 한다. 이 기사를 보고 누군들 가슴이 찡하지 않을까. 우리들이 이런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오는 이유는 우리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하나의 핏줄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국립 대전현충원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결과 얼마 전 현충원 경내에 하늘빛 날개를 단 ‘하늘나라 우체통’을 개설했다고 한다. 유족들의 아픈 가슴을 헤아린 참으로 따뜻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현충일 아침에 어느 시인은 말없이 잠들어 있는 호국영령을 추모하면서 한편의 시를 남겼다. “6월 이른 아침, 현충원으로 향하는 흰옷의 행렬을 본 일이 있으십니까. 당신이 무심코 지나치는 그곳은 조국을 지키다가 조국의 별이 되신 분들이 잠드신 곳입니다.… 가슴에 묻었던 그 슬픔들이 물밀 같이 되살아나는 오늘, 이제는 그 슬픔을 우리가 함께 나누어 가질 차례입니다. 햇살 고운 이 아침, 충혼탑 위로 문득 떨어지는 빗방울은 잊혀진 영령들을 위하여 우리가 흘려야 할 눈물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과연 ‘ 내가 호국영령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가’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마음속의 부끄러움은 지울 수 없다.

현충원은 나라를 위하여 가장 자랑스러운 삶을 사신 호국영령께서 잠드신 민족의 성역으로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영구히 추앙해야 할 애국의 산실이다. 우리가 무심코 이곳을 지나치더라도 이곳이 어떠한 곳이며 어떠한 분들께서 잠드신 곳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6월 한 달만이라도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치신 국가 유공자의 공훈을 기억하고 우리 주변의 보훈가족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국민된 도리이다. 오늘도 ‘하늘 우체통’에 애틋한 사연을 담은 하늘나라로 가는 편지들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남편을 그리는 아내의 사랑이, 아빠를 그리는 딸의 그리운 정이, 동생을 그리는 누나의 눈물이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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