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문 비상구
생명의 문 비상구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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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창원소방본부장)

염두에 두지 못하고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고야마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속뜻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5일 부산의 노래연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9명의 사망자를 내고 말았다.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하거나 공포심에 의해 평소와 다른 심리적 행동특성을 보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평소 쉽게 찾던 출입구 위치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우왕좌왕하다 급격하게 확산되는 연기로 인해 비상구를 찾지 못한 채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소방관들은 비상구를 흔히 ‘생명의 문’이라고 표현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인명대피의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생명을 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화재에서 비상구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평소 많은 사람들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각종 재난 때 신속한 대피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비상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물건 적치, 말발굽 설치 등 훼손함으로써 화재와 같은 위기 때 제구실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갈택이어의 교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중이용 업주들이 순간의 영업이익 또는 순간의 편의를 위해 비상구등 피난·방화시설과 소방시설 등을 방치·훼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해치게 되는 행위이며, 결국 당장 눈앞의 이익을 크게 하려는 욕심이 더 큰 화를 부르게 되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매번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불감증, 인재(人災)라는 두 단어가 따라붙는다. 모든 것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또 다른 위기가 될 수도,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2009년에 발생했던 부산 영도구 상하이노래주점 화재, 최근 시크노래주점 화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너무나 흡사한 모습의 두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다중이용업소 관계자는 항상 안전이라는 더 큰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소방시설을 잘 관리하고,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비상시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시설임을 잊지 말고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안전강국으로 한 걸음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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