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풀어야 할 우선적 과제
우리가 풀어야 할 우선적 과제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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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일 (진주 경해여고 교사)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낮은 나라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꼴찌라고 한다. 그리고 출산율은 낮지만 평균수명은 늘어나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2026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결혼관이나 자식에 대한 관념이 많이 달라졌다. 여자는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고 또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고 대(代)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는 것이다. 통계청이 작년에 미혼 여성들의 결혼관을 조사한 것을 보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라는 응답이 46.3%였다고 한다. 이것은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그리고 작년에 한 기관의 조사에서 미혼 여성들에게 ‘행복 순위’ 조사를 해보니 ‘건강’(32.5%), ‘경제적 풍요’(29.7%), ‘직업적 성공’(17.3%), ‘성공적 결혼’(15.2%) 순이었다고 한다. 결혼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설령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는 것은 또 별개인 세상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딩크족이 늘어나고 있고 또 한 명의 자식을 키운다면 둘째 낳기를 두려워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미혼자가 많아지고 또 딩크족이 늘고 둘째 낳기를 두려워한다면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고 출산율이 낮아지면 세금·연금·보험료 등을 내야 할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서 국가경제나 재정상태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이 된 것에 대해 젊은 세대의 잘못된 사고 때문이라고 탓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경험한 농경사회의 경우라면 자식이 곧 집안의 경제력이었고 부모들의 유일한 노후대책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는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졌고 또 노후를 자식에게 의존하겠다는 인식은 급격히 감소하고 연금 등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가 평생 짐이 되고 있는 사회구조에서는 결혼관의 변화나 출산율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게 되면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형편이다. 대학을 가지 않고서는 큰일 나는 나라가 되어 있고 사교육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저비용으로 그리고 행복하게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형편이라면 미혼율과 출산율은 크게 변할 것이다. 이러한 안목을 갖고서 국가예산과 재정이 시의적절하게 배분되어야만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우선적 과제는 어린 자녀양육에 있어서 저렴하면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마련이 필요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고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심재일 (진주 경해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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