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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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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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변해야만 깊어지고 넓어지고 또 그윽해진다. 세상도 변해야 하고 그래야 발전한다. 우리 모두도 그렇다. 인간발달의 개념은 반드시 변화가 전제된다. 변화는 곧 발달이라 보아도 무방하다고 전제된 듯하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발달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지향적(志向的) 상향적(上向的) 변화일 때만이 발달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기능이 전보다 정교화되고 능숙한 변화는 발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의 발달을 젊었을 때 완성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 했지만 오늘날 사람에 대한 발달을 심리학에서 노화조차 퇴화가 아닌 발달로 본다는 것이다.

변화를 곧 발달이라고 인식한다면 우리는 누구나 변화를 기대할 것이다. 변화라는 이 말은 참으로 신선하면서도 기대에 부풀리게 하는 어휘이기 때문이다. 변화 없이 어찌 소망이란 말이나 희망이나 포부나 꿈이란 말이 성취될 수 있으랴. 지금 이 순간 최고의 행복 그 자리에 있을지언정 보다 나은, 황홀하고 보다 찬란한 변화를 꿈꾸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 사실 살아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이며 그 변화는 언제나 보다 나은 기대를 전제하기 때문에 곧 발달의 과정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대체로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 속에 안주하기를 더 바란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를 먹어 간다 해도 누구나 안정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변화를 추구한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곧 발달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인간사회의 문명과 문화는 계속 변모, 즉 발전도 되어간다. 더 빨리, 보다 기분 좋게, 더 멋지게, 더욱 기쁘게, 더 편리하게, 몸과 마음이 더욱 편안하도록 인간이 추구하는 방향이 바로 이런 것일진대 우리 모두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무한대의 신비와 무한정의 불가사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 속에는 감히 우리가 꿈꾸지 못할 변화나 기적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적인 눈을 뜨고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없이 그 무엇도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진실로 좋아지고 또한 싫어질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소망도 희망도 포부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그 어떤 불운과 불행에서도 나 혼자만의 미소를 가질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다가도 그 일의 의미와 가치에 회의하지 않게 된다면, 그것이 곧바로 자신에게 생겨나는 변화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 마치 그 일 하나가 자신의 생을 좌우하는 무겁고도 가치 있는 일인 듯이 착각하며 혼신의 열정과 기쁨으로 몰두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은 변화가 된다. 별것 아닌 것이라도 의욕을 지니고 대단한 가치를 지닌 듯 살아간다면 이 어찌 좋은 변화가 아니랴. 누구에게나 흔히 있을 수 있는 허무의식과 무력감에서 헤어날 수만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발달이라 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상향적 변화가 아닌가. 아니 어쩌면 기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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