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일 (진주 경해여고 교사)
나이가 들어서일까. 요즘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에 혼자서 눈물은 삼키는 경우가 잦다. 어머님의 삶은 남달랐다. 젊은 나이에 홀몸이 되셨지만 어린 아들에 대한 희망 하나로 평생을 헌신하셨던 것이다. 애절하게 자손이 그리웠던 어머님은 셋인 손자도 부족하다 하셨지만 막내손녀의 재롱이 채 끝나기고 전에 그들을 뒤로한 채 홀연히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세 살이었던 아들은 이제 나이 50을 넘긴 가장이 되었고 당신의 희생에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려 하지만 어머님은 기다려 주질 않았던 것이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자식걱정에 이승의 끈을 쉽게 놓지 못했으리라 보지만 정작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아쉬움은 평생의 한(恨)으로 남을 것 같다.
지금껏 살았어도 겨우 80을 조금 넘길 연세지만 지난주에 9회째 기일(忌日)을 보냈다. 한때 딸이라도 하나 더 있었으면 하셨던 당신의 바람은 손자·손녀의 재롱 앞에 묻혀진 줄로만 알았는데, 그 심정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당신이 느꼈을 처절한 외로움과 허망함을 이해하지 못한 어린 마음 때문에 가슴이 저며 올 뿐이다. 평소에 말수가 적다고 아쉬워했던 아들이지만 이제는 당신 앞에서 아양을 떨 수도 있을 것 같은 데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의 마음은 한결 같을 것이다. 나름의 애틋한 감정과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인데, 어쩌면 필자 혼자만의 고뇌인 양 서술한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는데 그래서일까. 요즘 왠지 지나온 과거를 자주 회상하게 되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눈물도 많아지고 쓸쓸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아진 것 같다. 아내와 자식들이 기본적으로 보면 반듯하게 생활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소통이 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
문득 ‘아버지’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80년대 말에 베스트셀러였다. 주인공은 평소 가족들 생각에 어깨가 무겁지만 정작 자식들은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아내는 자녀와 같이 무리가 되어 잘 어울리지만 주인공인 아버지는 쉽게 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의 주변을 겉도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성장기 자녀에게서 부모입장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이 과욕이라 것을 알면서도 소통이 되지 않아 서운한 마음 감추지 못하고 상처 받는 부모들이 주변에도 많다. 그런데 지금 자식에게 받는 상처는 이미 우리가 부모들에게 입힌 상처였다고 본다면 일종의 업보(業報)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힘들어도 자식에 대한 무한사랑이 부모님께 보은하는 것이고 이것을 섭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심재일 (진주 경해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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