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을 샀습니다.
시집가는 새색시마냥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펼쳐 든 시집 속엔 내 눈을
붙잡는 시 한 편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시인의 운명은
손금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꽉 쥔 주먹 안에 있다”는
시구가 내 가쁜 숨통을
틔워 주었습니다.
시집 속의 시인을 초대했습니다.
그러고는 천 원 한 장에
기분 좋은 막걸리를 권했습니다.
불쾌해진 시인은 말했습니다.
“보통사람은 술 마시고 일을
할 수 없지만 시인은
술을 마시고도 시(詩)를
쓸 수 있다”는 취중진담이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와 닿았습니다.
/문화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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