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 그녀, 예니콜로 제대로 돌아오나
엽기적 그녀, 예니콜로 제대로 돌아오나
  • 연합뉴스
  • 승인 201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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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슬럼프 딛고 핫 아이콘 김수현과 러브라인까지
배우 전지현은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해외 진출작 '블러드'(2009)에서 화려한 검무를 선보였지만, 영화는 흥행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외면받았다. 웨인 왕 감독의 '설화와 부채 이야기'(2011)는 아직 국내에서 개봉하지도 못했다.

슬럼프에 빠졌던 전지현이 이번에는 '제대로' 돌아왔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통해서다. 영화는 '태양의 눈물'이라는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나선 한중(韓中)도둑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건의 결은 복잡하고, 사건을 따라 흐르는 캐릭터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다.

전지현은 그 복잡함의 중심에 선 인물 예니콜 역을 소화했다. 순진남 잠파노(김수현)와 잠시 풋사랑에 빠지지만 '태양의 눈물' 탈취라는 목표를 절대 잊지 않는 집념의 인물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1일 명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전지현은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며 "짜임새 있는 극을 만들 줄 알고, 거기에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얹을 수 있는 최동훈 감독과 일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최 감독님의 부인과 친한 데,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작품을함께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농담삼아 '감독님 뮤즈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죠.

(웃음)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예니콜 역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할 수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전지현이 맡은 예니콜은 난도가 높은 역이다. 5층 건물에서 뛰어내려야 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와이어 액션도 상당 부분 소화해야 했다. 전작 '블러드'에서 화려한 검무를 선보였던 전지현은 적어도 액션 장면만큼은 자신감이 넘쳤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감은 금세 무너졌다. 그는 때로 와이어 액션이 잘 안돼 가끔 창피함을 느꼈고 5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자신감 속에 두려움이 스멀스멀 스며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가능한데 허공에 매달려서 동작을 해야 하니 힘들더군요. 건물로 올라가는 와이어 장면을 16-17회 정도 촬영했어요. 5층 낙하 장면은 연습을 포함해 모두 네 번 찍었죠. 찍으면 찍을수록 공포감이 깊어졌습니다. 나중에는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다고 촬영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분명히 '전지현 촬영중단'과 같은 내용이 (인터넷에) 뜰 텐데요. 그래서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죠."(웃음)

영화 출연진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김윤석·이정재·김혜수·오달수·김해숙은 물론 당대 홍콩 최고의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인 런다화(任達華·임달화)까지 나온다. 여기에 요즘 가장 인기를 끄는 배우 김수현이 가세했다.

"저희끼리 '누구는 연기파고 누구는 스타파'라는 농담을 했어요. '연기파처럼 연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질문하면, '이렇게 해야 해'라는 답변이 돌아왔죠. (웃음). 이렇게 많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경험한 건 윤석·혜수 선배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원톱이나 투톱을 했고 개인적으로 출연배우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다른 배우들은 알고 싶은 마음은 많았습니다."

전지현은 이런 수많은 캐릭터 사이에서도 도드라진다. 과감한 액션뿐 아니라 행동도 예측불허다. "어마어마한 X 같아"라는 육두문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연하의 잠파노에게 키스하고 난 후 넉살 좋게도 "너 이 X, 키스할 때는 입술에 힘 좀 빼라"고 농지거리를 한다. 도발적이면서도 능글능글 맞다.

"평소에 그런 말은 안 해요. 욕은 해도 예니콜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매력적입니다."

출연 분량도 상당하다.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건 전지현이다. 그는 첫 장면에 나오고 끝 장면에도 등장하는 유일한 출연배우다.

"제가 끝까지 살아남네요. (웃음) 누가 분량이 많은가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마카오 박, 뽀빠이, 예니콜 순이었죠. 아무래도 상위권에 있는 것 같아요."

김수현과의 키스에 대해서는 "요즘 대세남을 유혹하면 큰 미움을 받을 것"이라며 "그나마 (유혹의 수위가) 약해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그는 최동훈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서 대체로 만족하는 듯 보였다. 특히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남달랐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촬영하던 초반에는 무언가 연기가 잘 안 됐어요. 기대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고 감독님이 생각했지만 무언가 잘 안되더라고요. 부산 촬영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예니콜의 기운이 제게 붙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그걸 느끼신 듯해요. 그게 연기할 때의 기쁨이죠.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진폭이 1에서 10까지라고 한다면, 이번에 15-16쯤 한 것 같아요. 정말 (연기의) 줄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연기했습니다. 재밌었어요."

전지현은 최근 몇 년간 해외 진출에 주력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렵지만, 연기 인생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조연 배우로 주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생겼어요. '엽기적인 그녀'가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어차피 저는 해외에서 뉴페이스잖아요.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배운 게많았죠. 무엇보다 자부심이 많이 생겼어요. 영어로 찍은 영화 두 편을 했다는 점에서죠. '설화…'의 프로듀서가 웬디 덩 머독이었어요. 뉴스코퍼레이션을 이끄는 세계적인 언론인 루퍼트 머독의 부인이죠. 그녀와 함께 다니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전지현이 해외 진출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절망은 아직 이르다. 전지현은 해외 문을 계속해서 두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에도 해외 영화사와 접촉했는데 결국 작품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죠.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촬영할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배우에게 중요한 건 시장이기 때문이죠. 할리우드 배우들의강점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연기한다는 점이죠. 저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기회가 줄어들게 될 거예요. 시장이 넓으면 그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결혼 생활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일과 가정생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겠다고 했다. "결혼하니 안정됐다. 일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을 촬영 중이다. 촬영 종료까지는 한 달 반가량이 남았다. '도둑들'에서 감정을 분출했다면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는 감정의 절제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한다.

"'베를린'에서 북한사투리를 쓰면서 인물에 감정이입 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도둑들'과 '베를린'은 완전 다른 영화예요. '도둑들'에서 제 감정을 10을 기준으로15-16 정도를 썼다면 '베를린'에서는 10 이하로 연기하고 있어요."

전지현은 그간 많은 영화에 출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간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도 했다.

"연기 욕심은 있었어요. 시나리오가 좋다 싶으면 손이 덜덜 떨렸어요. 사실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성공을 맛봤어요. '엽기적인 그녀 이후'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작품이 없었죠. 연기에 대한 열정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해요. 그래서 오래하고 싶은 거고요. 어렸을 적부터 연기를 오래하는 게 제 목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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