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스카이타워로 다시 태어난 사일로
여수엑스포 스카이타워로 다시 태어난 사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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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 YMCA 명예사무총장)
흉물을 랜드마크로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남다른 상상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 바닷가에는 시멘트 저장시설인 사일로(silo·저장탑) 2기가 있었다. 동양시멘트가 1980년에 지어서 2008년까지 사용하다가 방치해 놓은 것이었다. 지금, 마산 합포구 월포동 해안도로에는 쌍용양회가 1977년에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지난 해에 가동을 중단한 사일로가 있다. 여수와 마산의 사일로는 55m의 같은 높이이다.

사일로는 곡물, 시멘트 등을 저장하는 원통형 창고인데 다용도로 저장할 수 있는 시설 중에 활용성, 편의성, 저장성, 이동성이 가장 우수한 건축물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대형 사일로를 자체 기술로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독일, 미국, 한국 뿐이라고 한다. 일반 구조물보다 훨씬 어려운 건축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마침 여수의 사일로 주변이 엑스포 장소로 결정되었다. 첨단기술과 장비를 이용하여 기존시설을 무시하고 새롭게 전시장을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흉물을 칠거하고 멋진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여수 엑스포 조직위원회에서는 사일로를 산업유산으로 보고 예술성과 독창성을 갖춘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사일로의 외관이 아주 단순한 구조물이어서 보존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조직위원회에서는 산업유산으로 보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전주대학교 스마트공간 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와 함께 사일로 재활용 국제현상공모전을 열었다. 9개국 180개 팀이 참여하였는데 오만가지 상상이 담겨있었다. 2개의 사일로에는 각각 계단과 엘리베이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꼭대기 부분을 연결하여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줄을 서서 30여분을 기다렸다가 계단으로 올라가서 왼쪽 사일로 내부로 들어갔다. 둥근 벽면은 훌륭한 입체 스크린으로 활용되어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주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니 360도로 펼쳐진 엑스포 전시관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와 어우러진 주제관, 끊임없이 대기줄이 이어져있는 아쿠아리움, 마치 중심상업지역 같은 번화가인 국제관, 기업관과 오동도가 보였다. 관람객은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양쪽을 이은 부분에는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실내바닥에 작은 유리를 붙여 놓았다. 발밑을 보니 아찔하였다. 청춘남녀 1쌍이 있었다, 남자친구 앞에서 아가씨는 무섭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다시 엘리베이트를 타고 오른쪽 사일로 아래로 내려왔다. 여수의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설이 있었다. 수소이온농도를 조절하고 미네랄을 첨가한 물을 직접 마실 수도 있다. 오른쪽 사일로 외관에는 뱃고동 음색을 가진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름이 <바다의 소리>인데 하프 모양을 형상화해 놓은 것이었다. 80개의 파이프로 80음계의 소리를 내는 이 오르간은 반경 6킬로미터까지 퍼진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으로 지난 해 10월에 기네스 인정을 받았다. 박람회의 개·폐장 시간을 알리기도 하고 정시에는 대중성 있는 가요, 팝송, 가곡 등을 연주하기도 한다. 모든 엑스포 관람객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방치된 채 골치 아픈 흉물취급을 받던 사일로가 엑스포의 랜드마크인 스카이타워로 재탄생한 것이다.

다행히 3개월 전 창원시에서는 워터프런트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회를 하면서 사일로의 활용방안이 논의되었다. 역사민주공원 조성계획에 포함하여 기획전시, 수직미술관, 전시관, 전망대 등으로 활용하는 추모기념센터로 재탄생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해안도로 건너편의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철거의견이 많다. 당연한 일이다. 새롭게 변모된 사례를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는 흉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창원시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자 한다면 해당지역 주민과 역사, 건축전문가들을 설득하여 함께 여수 엑스포장의 스카이타워로 가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녀와서 민관이 모여 어떻게 하는 것이 지역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것인지를 함께 궁리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전점석 (창원 YMCA 명예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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