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잊고 걷다보면 풍경속으로 스며든다
문명을 잊고 걷다보면 풍경속으로 스며든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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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항대협곡을 가다<하>

▲만선산 천지호수.
일출과 운해가 아름다운 ‘왕망령’

왕망령은 신나라를 세웠던 왕망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중국의 전한을 타도하고 신나라를 세워 스스로 황제라 칭하며 8년부터 22년까지 재위하였지만, 신나라를 세운 지 15년만인 23년에 후한에 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이다. 왕망령은 왕망이 후한 세력과의 마지막 일전에서 패하고 후퇴하다 도착하게 된 곳인데, 고개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정상에 칼을 꽂고 “내가 묻힐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한 고사에서 왕망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왕망령으로 향하기 위해 먼저 천계산 입구에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서해구로 향해 출발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바라본 전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마치 자를 대고 그은 듯이 일정한 절벽과 수풀의 만남은 수 억 년 전의 융기와 침식작용을 짐작케 한다. 버스를 타고 약 20분을 올라가면 하남성과 산서성의 경계인 서해구에 도착한다.

서해구에서 산서성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개미집이라고 불리는 터널을 만난다. 30년 동안 절벽 바위에 굴을 뚫어 만든 이 길을 지나면 케이블카를 타는 장소에 도착한다. 이 케이블카는 평소에는 운행하지 않고 한국인 단체관광객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다시 버스로 5분 정도를 이동하면 드디어 왕망령(1665m) 정상에 서게 된다. 50개의 산봉우리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아름다운 일출과 운해로 유명하다. 옅은 안개가 끼어있는 곳곳의 산봉우리에서는 당장이라도 산신령이 구름을 타고 나올 것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주차장과 달리 소나무 등 침엽수만 있는 정상은 한 낮인데도 초여름날씨답지 않게 서늘한 바람이 분다. 밤에는 온도가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정상의 산장호텔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여름에도 긴 옷은 필수다.

 

白里畵廊 ‘회룡천계산’

다시 버스를 타고 회룡천계산으로 향한다. 줄여서 회룡, 혹은 천계산으로 불리는 이곳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백리화랑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회룡·청계산 풍경구에 도착하면 미니버스가 아닌 빵차로 갈아타야 한다. 원래는 케이블카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빵차가 천계산 둘레길을 운행한다. 약 8km에 이르는 이 지역은 차량으로는 40분, 도보로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빵차를 타고 능선을 따라 이동하며 회룡의 절경을 감상한다. 절벽 위에서 절벽을 바라보는 모습은 압권이다. 기암괴석과 절벽에 비스듬히 걸친 바위들까지…. 조물주의 위대한 조각품에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다. 총 8개의 전망대에서 백리화랑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 백미는 바로 절벽 끝에 설치된 수직 전망대. ‘6명 이상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뒤로 하고 올라서 난간 밑을 바라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다. 발밑에는 겨우 몇 가닥의 철제봉만 있을 뿐이라,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도 처음 접하는 광경에 넋을 빼앗기는 색다른 스릴을 경험한다.

 

▲절벽장랑 내부모습.
신선이 사는 ‘만선산’

만선산은 하남성 태항대협곡 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선의 산’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입구에서 빵차를 타고 10분을 이동하면 세계 8대 기적이라 불리는 절벽장랑이라는 절벽 위의 동굴터널을 만나게 된다. 길이 1.2km, 너비 6m, 높이 4m의 이 터널은 1977년부터 5년 2개월간 13명의 마을주민이 정과 망치로만 만든 도로이다. 당시 모택동 주석은 이들에게 ‘영웅’이라는 호칭을 수여했고, 현재 만선산 남편촌에 2명이 아직 생존해 있다. 1.2km의 터널을 도보로 이동하면 암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로 에어컨을 능가한다. 터널을 나오면 천지라 불리는 호수를 만나고 이곳에서 다시 빵차로 곽량촌으로 이동한다.

곽량촌은 중국 전통가옥이 잘 보존된 것으로 유명한 영화촬영지 가운데 하나이다. 오래된 가옥들과 그 사이를 지나가는 자동차와 등산객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듯한 오묘한 느낌이 든다. 곽량촌을 뒤로하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흑룡담폭포가 등산객들을 향해 반가운 손짓을 한다. 높이 80m의 시원한 물줄기와 깊이 10m의 소는 초여름의 무더위와 산행의 여독을 풀어주는 자연해독제가 된다.

조금 더 내려오면 남평마을에 자리 잡은 ‘일월성석(一月星石)’이라는 돌을 만날 수 있다. 이 천연석에는 해, 달, 별이 하나의 돌에 모여 있는데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돌로 유명하다.

 

9개의 연꽃이 피어나는 ‘구련산’

구련산은 청나라 때 ‘산에 솟은 봉우리가 마치 9송이의 연꽃이 피어난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빵차를 타고 10분을 달리니 높이 120m의 천호폭포가 나타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절벽 위에서 끝도 없이 물이 쏟아진다. 이 폭포를 조각하기 위해 과연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이 흘렀을까? 등산객들은 사진 속에 풍광을 담기 위해 여념이 없다.

천호폭포를 뒤로 하고 절벽을 따라 설치된 높이 160m의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긴다. 절벽 위 서련촌 마을까지 불과 일분. 다시 빵차로 4km를 달린다. 웅장한 멋과 대협곡의 아찔함이 더해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장관이 펼쳐진다. 드디어 하늘에 이르는 문이라는 천문에 도착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문명의 이기를 제쳐두고 자연을 벗 삼아 걷는 8시간의 트래킹 코스가 안성맞춤이다. 구련산 입구에서 산서성 주가포까지 15km이며, 999돌계단인 천제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폭포구간인 선지협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나라 시대 사찰인 서련사의 기운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기획부·자료제공=서부경남관광협의회

 

▲천계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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